불과 일년전만 해도 금융위기로 갈피를 못잡고 비틀거리던 세계 경제가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던 나라들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5~6% 정도로 예상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40년만에 치른 자유총선 등에 힘입어 경제회복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한국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탄력을 되찾고
있어 이 지역 국가들은 이제 국제 자본 시장과 활발한 교류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태국은 외환 보유고가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동시에 금리는 더 낮아졌다.
남미 지역은 최근 수개월사이에 투자심리가 크게 회복되는 등 슬럼프에서
벗어나 이 지역의 경기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한 댓가는 아직도 엄청나며 다음 세기까지도 우리가
계속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시아나 남미의 위기 극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중요한 교훈을 시사한다.
첫째, 국제시장에서 거시 경제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시장은 투기집단의 공격에 취약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탄탄하게 짜여져 있으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투기세력에 대처할 수 있다.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금융위기를 더욱더 악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통화정책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마련이 환율 등 국제시장의 각종 금융 변수를
안정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둘째, 기업과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감독체제가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금융위기가 닥치더라도 즉각적으로 금융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개편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모든 국가들은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에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전반적으로 금융과 기업 부문에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셋째, 환율제도와 정책이 경제의 펀더멘탈에 맞춰 적용돼야 한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의 대부분이 당시 고정환율제나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들 국가들의 환율제도나 정책은 많은 의문점을 낳는다.
이들이 채택한 환율제도가 결함이 있는 지, 혹은 소화 능력이 있는 지 등에
대한 의문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경제정책이 건실하다면 어떤 환율제도를 적용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넷째, 투명성 확보는 금융위기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이며 지속적인
신뢰를 얻는 정책을 펼치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은행 기업 정부기관들의 사이에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실패한데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국가들은 이제야 정확한 자료를 적절한 시기에 공개토록 하는 등
투명성 확보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다섯째, 각 국가들은 사전에 사회안전망을 구축, 위기 발생시 가장 취약한
부분에 이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태국의 타린 재무장관이 지난 4월 열렸던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서 강조했듯이 금융위기 이후엔 각국의 가치와 문화를 융합할 수 있는
사회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참여 의사결정 시스템(participatory decision-making system)만이
심도있는 개혁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 경제개혁 프로그램은 그 나라 관계 당국이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않는 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국제통화기금(IMF)도 항상 강조해오던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세가지 요인 덕분에 경제개혁 관련 프로그램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경제 정책을 만들고 승인한 주체가 관계당국이다.
둘째는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국민 대표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노동조합 등 핵심 이익 단체들을 참여시키는 등 개방적인 방법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IMF가 직접 나서 정부와 노조와 경영진 등으로
구성된 삼자 협의 방식을 택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이런 접근 방법은 이들로 하여금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평화적으로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 정리= 고성연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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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미셸 캉드쉬 총재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