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엔고저지를 위한 미국과 일본의 시장개입 공조여부가 국제외환시장
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13엔대까지 진입했던 엔화가치가 일본이 양국의
외환시장 협조개입을 시사하면서 1백15엔대로 주저앉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일 통화당국이 협조개입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과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성의 지난 3일
전화통화 내용을 둘러싸고 양국의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이날 참의원 답변에서 "미국과 급격한 환율변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기본적으로 합의했다"면서 "필요시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혀 엔화가 급등하면 양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공동개입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에는 여전히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3일 "최근의 통화가치 움직임과 관련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선에서 의견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양국 통화당국의 공동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지난 6월10일 이후 7차례에 걸친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이 양국의 공동개입보다는 일본의 시장개입을
용인하는 선에서 의견일치를 봤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미국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지난 7월20일의 경우처럼 일본정부가 뒷돈을
대면 뉴욕연방은행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무역적자 문제를 지적한다.

줄리어스 배어 은행의 벤 스트라우스 부은행장은 "무역적자 부담때문에
서머스 장관이 루빈처럼 "강한 달러" 정책을 지속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2천5백억달러
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한 달러정책이 해외자금을 끌어들여 미국의 장기호황을 견인해왔지만
수출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ISI그룹의 톰 갤러거 수석매니저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으로
몰려든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경제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강한 달러정책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는 달러약세기조를 용인하게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분석은 경기회복세를 살리기 위해 당장은 엔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일본정부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 경기가 하강세로 접어들면 달러가치 약세(엔화가치 강세)기조가
불가피하지만 급격한 통화가치 변화는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