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을 보면 실패한 경영자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케한다.

최 회장은 대한생명을 부채가 자산보다 2조9천억원이나 많은 부실금융기관
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여전히 경영권에 집착하고있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법정에서 재산국외도피죄 등이 적용돼 5년형을 선고받은 그이지만 대한생명
주주권 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주주권과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정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생명 임시 주총을 소집해 3명의 임원을 해임했다.

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권을 뺏으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계획을 막아줄 수
있는 새로운 임원을 임명하기 위해서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식 소각은 이사회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이사진만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면
결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29일 임시 주총을 열어 자신의 사람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려다 무슨 연유에선지 주총 일정을 8월5일로 다시 연기했다.

최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의 최고사령탑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개 은행이 퇴출될 때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금감위는 속수무책이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앞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되뇌일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최 회장이 지금처럼 법의 테두리내에서 주주권을 고수하고자 할 때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주주가 공권력에 저항하는 가운데 대한생명 내부 조직의 갈등은
깊어만 가고있다.

올들어 조직력이 약화될 기미를 보이고 내부기강도 점차 느슨해지는 낌새다.

심지어 최 회장쪽에 줄을 대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고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튼튼한 조직이라도 영업력이 예전같을 수는 없다.

자연히 자산규모 14조원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의 매각가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값이 떨어지면 그만큼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더 부담해야 한다.

금감위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한다.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부실금융기관의 주주와 경영자 처리는
누가 보더라도 단호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금감위가 아니다.

그런데도 경영권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경영주 처리를 미적거린다면
결국 부담은 정부에 돌아 갈 수 밖에 없다.

더 끌면 여러가지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싶다.

<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