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연구소 샤시설계팀의 백형진 주임.
경차 마티즈 개발에 참여했던 백 주임은 과거 신차개발을 담당했던 동료들과
달리 해외출장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영국에 있는 워딩연구소와 국내 부평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도 기본설계부터 설계수정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교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캐드(CAD) 데이터 정보공유 시스템" 덕분이다.
워딩연구소 엔지니어가 설계도면을 수정해 저장해 놓으면 부평연구소에서는
그 저장된 내용을 바로 꺼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워딩연구소에서도 아침에 출근해 캐드 데이터베이스에서
부평연구소 연구원들이 작업한 것을 그대로 이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독일의 뮌헨연구소와 폴란드 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용전산망을 통해 연결된 "해가 지지 않는" 24시간 글로벌 연구개발(R&D)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대우가 세계를 하나로 묶는 R&D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95년.
비용절감과 신차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워딩연구소와 독일 뮌헨연구소,
폴란드공장, 그리고 부평연구소를 전용망으로 연결했다.
워크스테이션을 워딩연구소에 1백80대, 부평연구소에 1백50대 증설했다.
또 국내에 있는 고등기술연구소와 차량전자 연구팀, 부품계열사 연구소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시켰다.
이와함께 문서와 캐드를 공유할 수 있는 그룹웨어를 개발해 마치 한 곳에
있는 것처럼 정보를 공유할수 있도록 했다.
만약 설계를 수정할 경우 부품 협력업체들에 필요한 정보는 따로 메일로
보내 작업을 하게 한다.
아울러 부품업체들이 개발초기단계부터 인터넷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해
부품양산에 따른 문제점을 크게 줄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우자동차는 또 97년에는 연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 놓은 "기술
개발통합자료 관리시스템"을 개통했다.
"대쉬넷(DASH-Net)"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안에는 업무와 관련된 각종 기술
정보와 제품정보, 설계정보, 산업재산권 등의 데이터가 모두 저장돼 있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곳에 저장돼 있는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연구소와 공장,
그리고 해외협력업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영국 독일의 연구소, 국내 연구소들, 그리고 동유럽,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생산공장이 광범위한 R&D 네트워크로 뭉쳐져 있는 것이다.
지리적 시간적 언어적 장벽을 넘어 신차개발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부평연구소 시스템팀 반영무 차장은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신차개발기간을
30개월에서 27개월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R&D 네트워크는 비용절감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연간 1억5천만원에 달하던 국제전화비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택배비용 등을 포함 지난해 1백50억원 정도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올해 비용절감 효과는 약 2백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대우는 보고 있다.
대우는 현재 제품개발에 필요한 각종 사양정보와 사양서, 설계도면, 설계
변경, 시험결과보고서, 생산공정서 등을 동시에 관리하는 제품정보관리(PD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용망으로 연결돼 있는 연구소와 공장,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있는 대쉬넷, 그리고 부품업체들을 통합해 완벽한 글로벌 R&D 네트워크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PDM은 데이터관리를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대우는 신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디지털 기술활용을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통한 충돌, 소음 등의 설계검증활동을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우는 이를 통해 2000년에는 신차개발 기간을 30개월에서 20개월로 단축
하고 세계 각국의 요구를 반영한 "월드클래스 카" 개발의 토대를 닦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