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성 < 리스금융부 대리 >

등산 관련 동호회는 규모의 대소불문 어느 기업.단체나 "약방의 감초" 처럼
빠지지 않고 조직되어 있다.

물론 산은캐피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4년 발족했으니까 어느새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우리 등산동호회는 90년대들어 많이 생겨난 신세대 레포츠클럽과는 달리,
별로 튀는 모임은 아니다.

산이 주는 미더움과 회원들간 신뢰가 쌓여 오늘날까지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우리 동호회의 특징은 등록된 회원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또는 산행을 하고자 하는 사우들은 저절로
동호회 회원이 된다.

그러므로 회칙이나 회비가 있을 리 없다.

간사를 맡고 있는 필자가 게시판이나 사내전자우편을 통해 등산계획을
알리면 그때그때 희망자들이 모인다.

제3자가 볼 때 그렇게 운영해서 과연 모임이 지속되겠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산에 올라 본 사람들은 다 안다.

비오듯 흘러 내리는 땀을 씻고 씻으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을-.

바로 그 성취감이 우리를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언젠가 한번은 갓 입사한 신세대후배가 이렇게 물었다.

"고생 고생해서 올라 갔다 곧 내려 올 것을 왜 산에 오르느냐"고.

필자를 비롯한 동호회의 고참(?)들은 이렇다하고 딱부러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고 했던가.

힘들게 오르는 산길, 등산화를 통해 전달되는 흙과 바위와 돌의 느낌,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올라가는 동료들의 모습, 이 모든 게 좋기에 도로
내려 올 그 길을 우리는 오르고 또 오른다.

얼마전 우리 회사는 한국기술금융과 합병했다.

그래서 요즘은 전에 비해 등산 식구들이 많이 늘었다.

사무실에서의 다소 서먹하던 분위기는 등산을 통해 말끔히 풀어진다.

산에 오를 때면 앞에 가는 동료를 믿고 묵묵히 좇아간다.

그렇게 믿고 따라가다 보면 이윽고 정상에 다다른다.

이렇게 산은 우리에게 정직과 신뢰를 가르친다.

스키나 낚시갈 때처럼 여러가지 장비들이 필요없다.

특히 여름산행의 경우 그저 배낭속에 도시락과 물병하나, 수건 한장이면
된다.

우리 등산동호회는 동료와 선후배를 하나로 묶는 소중한 "만남의 고리"로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