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임직원이 예금자의 도장을 훔쳐 대출서류를 위조, 예금자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이를 횡령했다면 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예금자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서울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강용현 부장판사)는 최근 백모씨가
지난 98년6월 퇴출된 금정상호신용금고에 예탁한 2억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원고 백씨는 금정상호신용금고가 퇴출되면서 예금을 대신 지급해야할
예금보험공사가 백씨 이름으로 된 예탁금 2억5천만원 외에 예탁금을
초과하는 규모의 대출금(대출원금 2억3천만원, 이자를 포함하면 예탁금
초과)이 있다며 예금 대지급을 보류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백씨는 금정금고 대표이사 홍모씨가 자신이 맡겨둔 도장을 훔쳐 대출
받았기 때문에 예탁금 2억5천만원을 모두 자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장(통상 거래인감)을 금정금고 대표이사 홍씨에게
맡겨둔채 이를 방치한 잘못이 원고에게 있으므로 홍씨가 3회에 걸쳐 원고의
거래인감을 도용하는 수법으로 횡령한 2억3천만원중 30%에 대해서는 백씨
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원고일부 패소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금융거래할 때 사용하는 거래인감은 금융기관 임직원에 의해 부당
하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금자는 금융기관에서 필요한 작업이
끝났는지를 확인해 곧바로 반환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기관 임직원이 예금계좌 개설 당일 예금자로부터 건네받은
거래인감을 이용해 횡령한 부분에 대해서도 예금자의 공동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미 예금거래를 위해 타인에게 맡긴
주민등록증이 사기범에 의해 부당한 예금인출에 이용된 경우에도 주민등록증
을 건네준 예금자와 사기범의 공동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며 "예금자들이
금융거래를 하면서 주민등록증이나 거래인감을 잠시 맡기는 경우에도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