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26일 상도동 자택에서 퇴임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 하겠다"며 정치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대해 여권과 시민단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잃은 행동"이라며
일제히 자숙을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대중 씨는 올해안에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다"며 "약속위반과 국민기만은 장기집권 야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씨는 자신의 임기말에 내각제 개헌을 해 임기는 임기대로
채우고 그후는 내각제를 통해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고 분석하고 "독재자
김대중씨는 내각제 사기극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씨의 정치적 임기는 올해말로 끝나며 그의 임기만료와
더불어 저는 국가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려 한다"며 정치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또 "독재에 대한 투쟁으로 장기집권음모를 저지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의 기틀을 다시 만들겠다"며 정당등 조직건설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공식기자회견은 퇴임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재개를 본격
선언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자들을 모아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민주산악회 재건이나 신당창당등 구체적인
정치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다음 기회에 말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상도동 대변인격인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은
김대중 대통령의 내각제 공약 위반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며 향후
일정은 다음 기회에 발표하겠다는게 김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가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산악회 재건->신당창당->내년 총선출마->
국회 교섭단체 구성등의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김 전 대통령은 내각제 결론이 내려지는 8월말을 정치재개의 시점으로
잡고 준비를 해왔으나 내각제 유보 선언과 정계개편론이 지난 17일 불거지면
서 시기를 앞당겼다는 관측이다.

옛 민주산악회 간부들과 접촉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조직화에 필요한 수준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

이에 따라 퇴임후 첫 기자회견이라는 "깜짝쇼"를 통해 정치재개를 공식화
하고 이를 이용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아직까지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으나 김 전 대통령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당분간 김 전 대통령이 이번처럼 "언론정치"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3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김용태
비서실장, 유도재 전 청와대 총무수석, 김기수 수행실장,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등 일부 측근들만이 참석했다.

한때 자택주변을 지키고 있는 전경들이 기자들의 출입을 가로막아 기자들이
이에 항의하는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