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가 일파만파의 충격을 부른 데는 정부 당국자들의 경직된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는게 중론이다.

형식논리에 충실하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는 것이 정책
이고 경쟁적인 채권회수등 금융기관의 예상되는 행동패턴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당국자들의 미숙한 일처리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20조원을 풀어 투신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당국자들의 인식이 비로소 현실감을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는 데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겠다.

그러나 당국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에 이어 어제도 주가폭락이
계속됐고 외국인의 하루 주식매도 규모가 1천5백억원을 넘어서는 정도이고
보면 정부 해법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와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하겠다.

물론 금융기관이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불안해소에는 크게
미흡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뢰라는 것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마련이고
정상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 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대우문제와 관련해 보자면 금융시장의 신뢰는 이제 겨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정도일 뿐 구조조정 완료시점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이 가로
놓여 있는 형국이다.

이는 정부의 지속적이고도 강도높은 밀착 관리가 긴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도 하겠다.

더욱이 금융시장은 당국의 불투명한 약속이나 두루뭉실한 낙관적인 전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콜자금 방출등 보다 구체적인 액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후 수습에 급급한 "따라가는" 대책이 아니라 미리부터 방어선을 치고
기다리는 "선제적" 대응책이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금융기관 사이에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겨 결론을 낼 수 없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

LTCM사가 위기에 몰렸던 지난해 미 당국이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3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개입이 모두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불이 난 극장에서 먼저 빠져나오기 위해 아우성인 관객들을
진정시켜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노련한 경찰관의 역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증권투자자들 역시 주가가 급락한다고해서 서둘러 투매에 동참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실물경제가 강력하게 회복되는 중이고 금리도 추가상승할 요인이 적은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를 내다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