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이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급속히 확산되는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의 해외부채규모 등을 속사정을 밝혀 악성 루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정부도 김우중 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불안을 진화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대우측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대우가 채권단에 맡긴 담보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증자도 어려워진다.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와 같은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점도 김 회장을 직접 나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 투명한 구조조정=김우중회장은 당초 자구노력 및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하여 사업분리 자산매각
계열사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대우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돼 금융불안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조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물론 구조조정의 큰 줄기는 지난 4월 19일일 발표한 구조혁신 방안과
7월 19일 발표한 구조조정 가속화 실천방안에 따른다고 대우측은 설명했다.

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먼저 경영실상 및 구조조정 경과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외부채 현황 등 모든 경영실상을
국내외 채권금융기관에 적극 밝혀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대우의 국내 차입금은 본사가 외화로 빌린
31억달러(시설재 외화차입 13억달러 포함)를 합쳐 49조원이며 해외 현지법인
의 외화차입금은 68억4천만달러라고 공개했다.

현지법인 외화차입금중 외국계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은 45억8천만달러 수준
이며 이중 단기차입금은 27억1천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각의 우려처럼
과도한 해외차입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유동성 위기 배경=김 회장은 대우 구조조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GM과의 자동차 합작에 의한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 대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의 신뢰성 저하와 시중의 악성 루머 등으로 인해 지난 6월말
까지 약 6조원에 이르는 기업어음(CP)를 금융시장에서 회수당했다고 설명
했다.

기업어음은 통상 3개월짜리 단기채무여서 이것이 유동성위기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는 유동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채권단과 협의해
내놓게 됐고 채권단은 대우에 신규 자금 4조원을 지원하고 단기 어음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대우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단기 유동성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전적으로 부채를 탕감하는데 쓰인다는게 대우측 설명
이다.

따라서 대우의 부채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우전자 등 굵직한 사업부문과 유가증권 등 자산을 처분할 경우
현금은 유입되고 부채는 줄게 된다.

그러나 대우 관계자는 이같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시장의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유가증권을 담보로 보유한 채권단도 손해를 보지 않고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김우중 회장이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