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 두산씨그램 공장장 >

1620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신대륙에 첫 이주자가 정착한 이후
끊임없이 정착자가 늘어났다.

이들은 온갖 병마와 토착민과의 전투, 그리고 망향의 그리움에 시달렸다.

그들에게 럼주는 모든 시름을 달래주는 묘약이 되었다.

17세기 중엽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서인도제도에서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든 럼주는 1백여년간 미국인의 선술집(tavern)에서 주당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뉴잉글랜드의 상인들은 1640년경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인 당밀로
발효증류해 만든 럼주를 미국및 유럽에 판매하였다.

럼은 당시의 모든 증류주중 가장 값싼 술이었으므로 전세계로 급속히 전파
됐다.

럼에는 사탕수수에서 나는 열대의 방향과 설탕을 조릴 때 생긴 누린내가
배어 있다.

맛은 약간 달며 부드럽다.

럼은 처음에는 숙성되지 않은 채로 음용되었다.

그러나 저장 용기로 오크통을 사용할 경우 열대의 바다에서 수송되는 동안
자연적으로 숙성돼 고급주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비교적 값싼 비숙성 럼과 숙성된 프리미엄 럼이 개발돼 함께
팔리고 있다.

럼은 음료와 잘 어울려 칵테일주로 애용되고 있다.

스페인 함대가 침공하기 이전부터 멕시코에는 토속주인 팔케가 있었다.

팔케는 용설란을 으깨어 짜낸 즙을 발효시킨 술이다.

스페인들이 전파한 문명중에서 증류 기술이 상륙하자마자 멕시코인들은
팔케를 증류했다.

특히 테킬라 지방의 술이 유명했는데 사람들은 이 종류의 술을 테킬라라고
이름 지었다.

테킬라에는 팔케에서 나는 향이 옮겨와 매우 거칠다.

멕시코에서는 손등에 레몬즙을 바르고 소금을 뿌린다음 테킬라 한잔을 마신
후 손등을 핥는 버릇이 있는데 거친 팔케의 향미를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테킬라의 정제 기술과 숙성 기술이 발달해 향과 맛이 순화된
테킬라로 발전했다.

칵테일에 애용되는 술중 럼과 테킬라는 그 자체의 향미가 거칠어 다른
음료로 희석해 마시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따라서 럼과 테킬라를 기본으로 하는 칵테일이 많은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