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노팅힐'의 불평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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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출연에 1백80억원(1천5백만달러)을 받는 할리우드의 대스타
(여배우)가 런던의 허름한 책방주인을 사랑한 끝에 결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보여준 영화가 바로
"노팅 힐"이다.
가난뱅이 청년이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땡 잡는" 멜로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에서 이런 애정 소품을 선보인 것은 뜻밖이다.
신분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가 그렇듯 거의 비극으로
끝난다.
"타이타닉"의 연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주와 평민간의 사랑을 그린 "로마의 휴일"에선 비극은 아니더라도
한바탕의 사랑이 모두 일장춘몽이었다.
그러나"노팅 힐"의 연인들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여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행복한 애정행로를 밟는다.
비록 우스개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지만 인간미 넘치는 애정 소묘가 정겹기만
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노팅 힐의 서민들
모습엔 "사람 냄새"가 물씬해서 좋다.
볼거리가 풍성한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꾸준히
손님을 끄는 이유를 알만하다.
노팅 힐은 런던의 평범한 주거지다.
여왕 탄신일이 있는 6월에만 반짝축제가 있을뿐 평소엔 한적하기만 한
도시마을이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값싼 여행서적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홀아비 주인공
에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후진 동네의 책방에 세계적 여배우가 심심풀이로 들른 것이 사단이
되어 세계적(?)불평등 로맨스가 시작된다는 이야기 설정이 너무 만화같아
우습다.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는 결코 우습지 않다.
명예나 돈도 좋지만 평범한 여자의 길을 걷는 것이 더 소망인 인기 여배우의
인간적 모습이 담담히 그려져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게 좀처럼 웃음을 안보이는 줄리아 로버츠의
담백한 연기가 돋보인다.
등장인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팅 힐 주민의 면면을 보면 남자 주인공을
포함하여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 일색이다.
가망없는 예술가지망생과 푼수기가 강한 노처녀 등...
너절한 몰골에 항상 허둥대며 하는 짓마다 실수연발이다.
여주인공의 품격과 미모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마치 금 간 인생들의
전시장이 됐을 법하다.
그들의 유일한 재산은 따뜻한 가슴일 뿐인데 보통사람들의 가슴이 연출하는
소박한 삶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마지막 장면에 압축돼 있다.
세계적 대스타가 노팅 힐의 공원을 찾아 얼뜨기 남편의 무릎에 만삭이 된
몸을 누인 모습이다.
대스타로서 아카데미 주연상의 영광이나, 책방주인으로서 아마존같은 세계적
서적상의 꿈이 그들 커플에겐 한낱 뜬구름과 다를 것이 없다.
만일 이들의 결합을 팔자가 늘어진 여자가 복에 겨운 짓을 했다거나 억세게
재수좋은 남자가 호박을 넝쿨째 얻은 것으로 본다면 이 영화를 즐길 자격이
없다 할 것이다.
< jsrim@ 편집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
(여배우)가 런던의 허름한 책방주인을 사랑한 끝에 결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보여준 영화가 바로
"노팅 힐"이다.
가난뱅이 청년이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땡 잡는" 멜로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에서 이런 애정 소품을 선보인 것은 뜻밖이다.
신분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가 그렇듯 거의 비극으로
끝난다.
"타이타닉"의 연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주와 평민간의 사랑을 그린 "로마의 휴일"에선 비극은 아니더라도
한바탕의 사랑이 모두 일장춘몽이었다.
그러나"노팅 힐"의 연인들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여 결혼에까지
골인하는 행복한 애정행로를 밟는다.
비록 우스개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지만 인간미 넘치는 애정 소묘가 정겹기만
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노팅 힐의 서민들
모습엔 "사람 냄새"가 물씬해서 좋다.
볼거리가 풍성한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꾸준히
손님을 끄는 이유를 알만하다.
노팅 힐은 런던의 평범한 주거지다.
여왕 탄신일이 있는 6월에만 반짝축제가 있을뿐 평소엔 한적하기만 한
도시마을이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값싼 여행서적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홀아비 주인공
에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후진 동네의 책방에 세계적 여배우가 심심풀이로 들른 것이 사단이
되어 세계적(?)불평등 로맨스가 시작된다는 이야기 설정이 너무 만화같아
우습다.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는 결코 우습지 않다.
명예나 돈도 좋지만 평범한 여자의 길을 걷는 것이 더 소망인 인기 여배우의
인간적 모습이 담담히 그려져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게 좀처럼 웃음을 안보이는 줄리아 로버츠의
담백한 연기가 돋보인다.
등장인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팅 힐 주민의 면면을 보면 남자 주인공을
포함하여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 일색이다.
가망없는 예술가지망생과 푼수기가 강한 노처녀 등...
너절한 몰골에 항상 허둥대며 하는 짓마다 실수연발이다.
여주인공의 품격과 미모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마치 금 간 인생들의
전시장이 됐을 법하다.
그들의 유일한 재산은 따뜻한 가슴일 뿐인데 보통사람들의 가슴이 연출하는
소박한 삶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마지막 장면에 압축돼 있다.
세계적 대스타가 노팅 힐의 공원을 찾아 얼뜨기 남편의 무릎에 만삭이 된
몸을 누인 모습이다.
대스타로서 아카데미 주연상의 영광이나, 책방주인으로서 아마존같은 세계적
서적상의 꿈이 그들 커플에겐 한낱 뜬구름과 다를 것이 없다.
만일 이들의 결합을 팔자가 늘어진 여자가 복에 겨운 짓을 했다거나 억세게
재수좋은 남자가 호박을 넝쿨째 얻은 것으로 본다면 이 영화를 즐길 자격이
없다 할 것이다.
< jsrim@ 편집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