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실수"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는 고도로 정제된 형식과 초인적인 영감으로
서양음악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꼼꼼하게 쌓아올린 벽돌집에 비유할 수 있다.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벽돌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은 튼튼한 건축물
같다.

그런 그가 실수를 했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 일이다.

현직 변호사이자 콩세르바투아르(프랑스국립음악원) 출신 작가인 필립
들레리스는 바흐의 "음악에의 헌정"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고 가정한다.

바흐가 고의로 "실수"를 저지르면서까지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음악소설 "마지막 칸타타"(세종서적, 7천5백원)가 풀어가는 화두다.

얘기는 콩세르바투아르 여학생인 래티시아, 그의 친구 파스칼과 피에르,
음악비평가 모리스 페랭 등이 모인 파티에서 시작된다.

래티시아의 졸업시험 문제로 나온 "음악에의 헌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진다.

주제선율인 "대왕의 테마"를 컴퓨터에 입력해 작곡하도록 해도 상당한
수준의 곡이 나올 것이라고 피에르는 주장한다.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던 그는 모니터에서
엉뚱하게도 "바흐의 실수"란 문장을 발견한다.

집요한 추적끝에 피에르는 그 실수속에 숨은 비밀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하루도 못넘기고 누군가에게 피살되고 만다.

이 소설의 무대는 현대의 파리와 18-19세기 독일음악계.

계속 무대가 번갈아 바뀌면서 얘기는 진행된다.

바흐 모차르트 말러 바그너 등 거장들이 연이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