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백화점에 일만명 정도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변 교통은 말할 것 없고 고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한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존 글렌이 70이 넘은 나이에 재차 우주에 도전했다.

당시 그 상황을 살피려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웹사이트에 몰려 든 사람의
숫자가 무려 2천2백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정도 고객에도 인터넷에서는 교통지옥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었다.

일반재래시장과 웹사이트시장의 단면을 극대비 시켜준 경우였다.

인터넷시대에는 1등만이 살아남는다.

은메달리스트 몰락시대가 온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지배하고 있는 1등 플레이어 들은 그간의
공생공영의 원칙을 거부하고 뒤따라 오는 2인자들을 더욱 세찬 곤궁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으며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나이키와 리복의 자본금가치는 각각 40억달러와
30억달러로 신발 부문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나이키의 가치는 1백억달러에 이른 반면 리복의 경우는
20억달러 수준으로 위축됐다.

결국 리복은 나이키의 제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있다.

소더비는 수백년 전통을 자랑해 온 경매시장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제 갓 태어난 이베이(eBay)의 파상공세에 눌려, 일부 지분까지
내놓은 상태다.

장사는 목(가게의 위치)이라고 했던가.

돌맹이만 가져다 놓아도 팔릴 수 있는 위치가 있기 마련이다.

사이버시장에서의 전쟁은 바로 목(portal)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후, AOL, 아마존, 이베이(eBay), 칩 티켓(cheap ticket)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강남역, 영등포역, 신촌역 등 목 좋은데 가게를 열어 놓고 손님을 주어
담고 있는 격이다.

12만개의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97년 12월 한달동안의 사이버교통통계를
분석한 한 보고서는 이중 약2백여개에 불과한 금메달리스트 가게들이 거의
32%의 고객을 독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74%는 상위 5%의 강자 웹사이트들이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명실상부한 종합우승 금메달리스트는 야후였다.

같은 값이면 가장 좋은 웹사이트를 찾는 것이 사이버 소비자들의 행태다.

따라서 고객이 그곳 한곳으로 쏠릴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백화점 등에 사람이 북적대면 다른 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사이버에선 아무리 사람이 붐벼도 별문제 없이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2등 은메달리스트는 설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인터넷회사들이 돈만 생기면 광고에 모든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사람들
머리속에 금메달리스트로 남아있고자 하는 몸부림이자 생존경쟁 때문이다.

남보다 반발자국이라도 더 앞서 나가 있어야 사람들 눈에 띨 수가 있고
1등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다.

인터넷회사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은 이같은 인지도 제고형 광고비지출
때문이며 한 마리 손안의 새 보다는 숲 속의 두 마리 새를 추구한다는
미래지향적 투자의 결과라고 봐야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인터넷주가는 버블 이라는 논리는 이 같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간과한
단순논리라는 주장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세상엔 아직까지 은메달리스트도 자기의 위치를 지킬 수 있는 시장이
없지는 않다.

자동차, 항공사, 컴퓨터, 가구제조부문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이버혁명이 하루가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증권, 은행, 보험 등 부문에서의
지각변동은 차라리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사이버시대에 국내 1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구촌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1등을 위한 첫번째 조건인 영어 간판을 제대로 세울 줄 모르는 우리가 설
땅은 어디인가 곰곰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