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한 미국 휴렛팩커드(HP)에 첫 여성 최고경영자가
입성한다.

HP는 19일 현 최고경영자인 루 플랫 후임에 칼리 피오리나(44) 루슨트
테크놀로지 글로벌서비스 부문 사장을 영입한다고 19일 공식 발표했다.

피오리나는 최고경영자겸 사장으로 오는 12월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에서 여성이 최고경영자(CEO)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BM에 이어 세계2위의 컴퓨터업체인 HP는 "걸출한 내부인사들 대신
외부에서 여성 CEO를 들인 것은 사내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8년 실리콘밸리 1호기업으로 설립된 HP는 그동안 투자와 마케팅,
신규사업 진출 등에서 보수적 방식을 고집, 인터넷등 신규사업등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나 IBM등 경쟁업체에 밀려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젊은 여성 경영인이 수혈됨에 따라 HP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오리나의 경력은 화려하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그는 잠시 교사로 일하다
AT&T에 입사, 이후 20년동안 줄곧 첨단업종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지난3년동안은 통신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매출 2백억달러의
글로벌서비스부문을 맡아 재직기간동안 루슨트 주가를 12배나 끌어올리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AT&T에서도 기업분사를 주도하는등 굵직굵직한 일을 거침없이 처리하는
뚝심을 보여 작년엔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의 3대 여성 경영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편 피오리나의 영입소식이 전해지자 19일 뉴욕증시에서 HP주가는
하루동안 2.68달러가 뛰어 새 여성CEO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