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인사시스템...삼성전관 ]

삼성전관 브라운관 영업팀에 근무하는 이원철(31) 대리.

갑자기 시골에 계신 백부가 세상을 떠 휴가를 내야 할 상황이다.

예년 같으면 인사부에서 휴가원 서류를 받아 작성하고 과장 부장 결제를
거쳐 다시 인사부에 제출해야 휴가를 낼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리는 인사부에 들르는 대신 PC의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 휴가원
을 써 전자결제를 맡는 것으로 휴가를 내기 위한 서류작업을 모두 끝낸다.

예전엔 몇시간씩 걸리던 일이 단 몇분만에 끝난 것이다.

이 대리는 새삼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처럼 인터넷은 기업의 인사 업무 형태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삼성전관의 모든 인사 업무는 사내 인터넷망인 인트라넷 "나눔터"에 설치된
"PDSS"(Personal Decision Support System.인사 의사결정지원시스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10개 사업장 2만여명의 임직원들은 PDSS를 통해 각종 인사정보를
얻고 필요한 서류를 신청한다.

월급 봉투를 비롯한 종이서류는 사라진지 오래다.

PDSS는 "공지사항" "나의 공간" "우리들의 공간" "처리해 주세요" 등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공지사항"은 인사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알리는 곳이다.

"연말정산을 언제까지 내라" "복리후생 규정이 이렇게 바뀌었다" 등등 각종
공지사항이 올려진다.

예전의 사내 게시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나의 공간"엔 주요 인사관련 사항이 모두 포함돼 있다.

개인별 이력서, 소득을 알수 있는 것은 물론 연말정산, 복리후생제도,
증명서 발급, 사내자격증, 사내교육 정보 등이 이곳에 모여 있다.

가령 이원철 대리를 찾으면 학력 회사내 근무부서 가족및 경력사항은 물론
이번달 봉급은 얼마나 되는지, 예상퇴직금은 얼마인지, 우리 사주는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바로 알수 있다.

물론 개인 정보 열람은 본인과 권한이 주어진 상급자만 가능하다.

"나의 공간"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인재뱅크"란과 "MBO"
(Management by Objective.목표관리)란이다.

인재뱅크 항목은 자신이 원하는 근무지역과 근무부서, 직무, 이동희망시기,
희망사유 등을 본인이 직접입력하는 곳이다.

입력된 자료는 비밀로 처리돼 인사에 활용된다.

본인이 더 잘할수 있고 가고 싶은 부서가 있으나 눈치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곳으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MBO는 업무 평가를 실시하는 란으로 평가를 받게되는 직원이 목표와
본인실적 평가서를 써 넣으면 상급자를 이를 기초로 실적평가를 하게 된다.

실적평가 실적조회 평가결과집계표 평가요약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들의 공간"은 부서 단위 인사 업무를 처리하는 항목이다. 부서원
명단과 비상연락망, 경조사항, 부서 교육, 부서별 복리후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처리해 주세요"는 경조금 휴양소 의료비와 사내교육 신청과 월차
휴가 연수 등 근무와 관련된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해 주는 곳이다.

이처럼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각종 증명서발급, 실적평가, 인사 이동및
배치 등 인사의 전 업무가 PDSS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PDSS와 함께 삼성전관의 인터넷 인사 시스템에서 빼놓을수 없는 것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채용 제도.

홈페이지(www.sdd.samsung.com)에 접속하면 회사 정보와 함께 인터넷
입사지원서를 받는다.

과거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아 일정시점에 시험과 면접을 거쳐 사원을
선발하던게 인터넷을 통해 상시 원서를 접수하고 필요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
으로 바꿨다.

인터넷 수시채용은 최근들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로 "e(전자)랜서"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e랜서는 프리랜서처럼 자유롭게 일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일을 처리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터넷이 가져온 또다른 변화의 모습이다.

인터넷 인사시스템이 갖는 장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들수 있는게 "종이없는(Paperless)" 업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관은 PDSS 구축이후 인사팀원이 48명에서 25명으로 절반정도 줄었다.

반복적인 업무가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우수 인재를 뽑을수 있다.

영상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전관의 경우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나
LCD(액정표시소자), 2차전지 등 미래 첨단사업 분야에 우수기술인력이
필요해 해마다 임원급이 해외에 나가 석.박사들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가져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회사를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필요한 인력 정보와
입사지원원서를 띄워놓으면 세계의 우수인재들을 확보할수 있게 됐다.

이밖에 사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도 인터넷 인사시스템은 기여
하고 있다.

부서배치나 전배가 정확한 정보와 본인의사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관 인력개발팀장 권오기 상무는 "인터넷 인사시스템은 계층간 부서간
벽을 허물어 창조력과 혁신력을 갖춘 수평적 조직으로 회사를 바꾸고 있다"
고 말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