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라중공업의 회생방안에 대해 "보조금지급"이라며 공식적
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한국의 부실기업 회생방안이 구체적인 통상이슈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EU는 지난
6월초에 산업담당 마틴 방게만 집행위원을 한국에 파견, 조선산업지원
여부를 캐물었다.

또 지난 2일에는 정덕구 산업자원부장관, 8일에는 강봉균 재경부장관에게
각각 편지를 보내 한라중공업에 대해 한국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달 28~30일 한.EU 고위협의회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거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근에는 한국산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도 검토하겠다며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EU는 한라중공업이 법정관리상태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것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부채탕감을 해줬기 때문이며 외환은행은 증자과정에서 정부로
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자금을 공급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라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가 정부로부터 IMF 자금을 공급받아
선박의 저가 수주에 나서고 있고 이는 유럽 조선업계의 경영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채권은행단의 한라중공업 부채탕감은 회사가 파산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운영돼야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채권은행단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EU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또 한라중공업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도직전에 41척의 배를
수주하고 선수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EU측 주장에는 조선업계의 극심한 불황의 탓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대우중공업이 지난해 10월 그리스로부터 대형 카훼리 2척을 수주한데
이어 올해 6월 다시 이탈리아로부터 8천만달러 규모를 수주하는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EU의 해운회사로부터 잇따라 선박을 수주한 것도 불만을 증폭
시키고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