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무덤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난 98년2월에 폐지됐던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규제부활''의 대표적인
사례.

이 제도가 없어지자마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게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이다.

대그룹들이 계열사에 출자를 늘려 그룹간 결속이 강화되는 등 대기업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30대그룹의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25%로 제한했던
것으로 지난 93년 만들어졌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출자총액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

지난 4월1일 기준 대그룹의 출자현황을 보면 30대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이
29조9천억원으로 98년의 17조7천억원에 비해 12조2천억원(68.9%)이 늘어났다.

대그룹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 출자총액제도를 원래 그대로 두거나 <>계열사에 대한 출자만을 제한
하거나 <>다른 업종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금지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허용한 투자신탁회사 펀드의 의결권행사를 다시 제한
하려는 움직임이다.

펀드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는다는 의도다.

의결권을 줄 때는 기업경영을 감시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이젠 펀드의 지배력
을 막는다는게 그 이유다.

올해초 경품고시가 대폭 완화되면서 백화점들이 고급자동차 아파트 등을
경품으로 내걸자 경품고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금융관련 규제들도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97년 전면 허용했던 스폿펀드
를 규제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일정 수익률이 되면 해지하는 스폿펀드가 단기투자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규제의 이유다.

또 재벌그룹 계열사에 뮤추얼펀드 신설을 금지하는 방안과 사모회사채에
대한 규제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사찰주변에 대한 건축을 지난 2월 허용했다가 다시 제한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규제를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중 하나다.

최근 부활 움직임을 보이는 이런 규제들은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폐지됐던 것들이다.

선진국 수준의 시장경제를 만들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공감 아래 규제
폐지가 이뤄졌다.

이런 규제폐지는 경제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경제위기를 점차 벗어나고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규제를 다시
만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유도식 행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전규제로 아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다.

정부의 규제부활 논리는 규제폐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규제의 50%를 철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물량떼기"
식으로 규제를 없앤 결과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규제개혁 분위기에 밀려 폐지해서는 안될 규제들을 없앴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정부 부처들은 간담회를 여는 등 규제부활을 위한 사전 여론수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폐지된 규제를 다시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같은 규제부활에 대해 규제를 당해야 하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시대변화
를 거스르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규제를 폐지한지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규제를 되살리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정순원 부원장은 "제도의 변경은 기업에 영향을 주므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정책의 잦은 번복은 투명성
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는 가능한한 줄이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전 규제가 감독 기술이 부족한 관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분위기가 이완되면서 당초의 규제개혁의지도 함께 후퇴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문제만 생기면 규제를 만들어 쉽게
해결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전규제는 감독기술이 부족한 관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규제 부활추진 동향 (구분-부처-규제폐지/완화시점-부활추진 동향) ]

<> 출자총액 제한 - 공정위 - 98년2월 폐지 - 99년7월 공정위, 부활 검토

<> 투신사펀드 의결권 - 공정위/재경부 - 98년9월, 의결권허용(재경부) -
99년7월, 공정위원장 ''제한검토''

<> 경품고시 - 공정위 - 99년2월, 경품한도 확대 - 99년7월, 공정위원장
''경품고시 강화할수도''

<> 스폿펀드 - 재경부/금감위 - 97년11월, 전면허용 - 99년7월, 금감위
만기제한 검토

<> 뮤추얼펀드 - 재경부/금감위 - 98년9월 허용 - 99년7월, 금감위원장
''5대 재벌엔 신설금지''

<> 사모사채 - 재경부/금감위 - 96년8월 허용 - 99년7월, 금감위
코스닥등록 기업에 발행금지 검토

<> 사찰주변 건축제한 - 문화관광부 - 99년2월 폐지 - 99년7월, 부활추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