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에게 현금 2억9천만원을 털리고도 아무 말 못하고 있는 "의혹의
돈주인"은 누구인가.

신창원이 서울 강남의 한 고급빌라에 들어가 단번에 3억원에 가까운 돈을
털었다는 신의 진술이 나오면서 돈주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창원이 2년6개월간의 도피기간중 88차례의 강절도행위를 하면서 끌어모은
돈은 약 6억원.

이중 단연 관심은 현금 2억9천만원을 빼앗겼는데도 한달이 넘게 신고하지
않은 돈주인이다.

순천 아파트에서 검거될 때 발견된 돈도 이 돈의 일부.

신이 이 돈을 강탈했다는 첫 진술은 지난 16일밤 순천경찰서에서 부산
교도소로 압송되는 호송차 안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신은 차내에 있던 한 수사관에게 "6월초 서울 강남의 한 고급빌라에 잠입해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2억9천여만원을 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은 "80억원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신은 이어 "남편과 아들을 인질로 잡고 현금 20억원을 요구했다"며 "이집
부인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 왔으며 돈을 받을 때 돈주인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이 집주인은 언론에 자주 등장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었고
신고를 하지 않는 댓가로 돈주인의 신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신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피해자는 일단 정치인이나 기업가 또는
사채업자 등 재력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돈, 즉 뒤가 구린 돈을 가진 유력인사라는 얘기다.

신은 이 빌라에 대해 BMW 링컨콘티넨털 등 외제 승용차가 여러대 주차돼
있었고 집은 1백여평 남짓했다고 진술했다.

금고안에는 5천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1백60장이 보관돼있었다는
것이다.

신은 우선 금고 밖에 따로 보관중이던 현금 4천만원과 부인이 현금화해
돈 2억5천만원을 빼앗은 뒤 CD 5장을 현금으로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같은 신의 진술에 대해 아직 확인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일 경우 피해자 신고가 안된 점으로 미뤄 세상에 알려지기를
싫어하는 신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돈다발을 묶은 띠에 "미자"라는 도장이 찍힌 것을 추적하면 임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80억원대의 CD를 집금고안에 보관하고 있는 사람.

그는 누구일까.

< 부산 = 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