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귀의 모양을 보고 인생의 복을 점쳐 왔다.

그래서 바깥귀의 모양이나 크기가 비정상인 사람은 일부러 머리를 길게
길러 감추고 다닌다.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심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이런 귀 기형환자를 위해 박철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지난 91년 국내 처음으로 귀성형전문클리닉을 개설했다.

지난 5월말까지 모두 2천3백73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이중 8백72명이
수술을 받았다.

나머지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박 교수는 많은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귀 성형술을 개발해
냈다.

그 성과는 국제성형외과학술지에 실린 19개의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자칭 타칭 세계 4대 귀전문성형 클리닉으로 손꼽힌다.

박 교수는 귀와 그 주위의 혈관분포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귀주변조직 옆구리 팔목 대퇴부 등에서 귀의 모양을 유지하고 조직적으로도
완벽한 피판을 떼어내는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판은 피부와 인접한 혈관 근육 근막 뼈 신경 가운데 필요한 만큼을
떼어서 이식하는 단위를 말한다.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피판을 선택하고 이식하는 디자인을
도출해 냈다.

그가 치료하는 기형귀는 다양하다.

지나치게 크고 앞쪽으로 우뚝 선귀, 귓불이 없거나 갈라진 귀, 위쪽
귓바퀴가 아래로 쳐졌거나 말린 귀, 귓구멍이 막히고 귓불이 간신히 흔적만
남아 있는 귀(소이증), 아래 귓밥이 전혀 없어 귀고리를 할수 없는 귀
등이다.

박 교수가 탁월한 실적을 보이는 분야가 소이증과 처진 귀다.

소이증은 보통 청력이 부분적으로 소실되고 귓바퀴가 거의 없거나 약간
남아 있는 경우다.

보통 옆구리의 늑연골을 떼어내 귀모양에 맞게 조각한다.

이어 귀옆의 피부나 근막,복부내 혈관망을 끌어다 연골 겉을 감싸준다.

많은 양의 늑연골이 필요하므로 가슴이 어느 정도 성장한 11세 전후가
수술을 할 수 있는 적기라 할 수 있다.

쳐진 귀는 귀안의 연골과 인접피부의 배열을 재조정함으로써 고친다.

이 방법과 복부내 혈관망으로 소이증을 교정하는 방법은 세계 최초의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소이증과 같은 고난도의 수술만 아니면 거의 모든 환자가
수술결과에 크게 만족한다"며 "귀가 기형인 사람이 치료를 받은 후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