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피로증후군"이 사회전반에 퍼지고 있다.

요즘엔 워크아웃 재무구조개선 외자유치 해외매각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용어를 국민들은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퇴출을 걱정하던 샐러리맨들은 구조조정 얘기 대신 여름휴가나 주가가
화제다.

호화판 해외관광에다 비행기 좌석이 꽉 차고 유흥가가 손님으로 넘쳐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두고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구조조정, 개혁에 대한
피로증후군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대명사격이다.

이 위원장은 "작년엔 내 얼굴을 보기 싫다고 하더니 올해엔 지겨우니 제발
그만 좀 나오라고 한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애로를 토로했다.

이는 그만큼 개혁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정부"는 작년부터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을 추진
하면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에 대한 정부의 초심이 희석되고 국민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협동조합 개혁이다.

농.축협 중앙회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벌써 반년 가까이
됐다.

아직도 농협은 통합촉구시위, 축협은 통합반대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관심조차 없는 것같다.

정부 당국자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 뒤에 노동개혁 얘긴 쏙 들어갔고
정치개혁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웃는다"고 꼬집었다.

결국 남는 것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인데 삼성자동차 처리나 제일은행.
대한생명 매각지연으로 이것마저 듣기 싫은 소리가 됐다.

이 위원장은 "이제 간신히 과거에 누적돼온 적폐를 청소한 정도여서 결코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위원장이 목소리를 키울수록 메아리가 공허해지는 느낌"이라는 게
금감위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 대학교수는 "현 정부가 구조조정에다, 경기활성화에다, 총선승리까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해외에선 한국에 제2의 위기가능성을 제기한다.

구조조정에 대해 "이제부터"란 시각보다는 "이만하면 됐다"는 분위기가
득세하기 때문이다.

주가 1,000포인트 돌파를 보며 또한번 샴페인을 서둘러 터뜨린 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얘기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