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보는 외국 언론들의 시각이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등 유수한 매체들이 한국의
자만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위기를 웬만큼 극복했다며 뿌듯해 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의 개혁의지가 식었다며 우리의 약점과 단견을 꼬집고 있다.

물론 이들의 비판이 경전은 아니다.

편견도, 순수하지 않은 측면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귓등으로 흘려넘겨서는 안 될 교훈이 담겨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연초까지 우리의 변신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던 이들이 거의 동시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분명히 우리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다.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야멸찬 비판을 받아들여 고칠 것을 고치면
우리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개혁의지가 약해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예컨대 공공부문이나 노동 분야의 개혁을 들 수 있다.

그 실적이 지지부진함에도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영 계획에서조차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까스로 법제화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한다는 노정합의로 원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됐다.

삼성자동차는 자칫 제 2의 기아자동차 꼴이 되기 십상이다.

재정적자는 엄청나게 불어났음에도 오히려 세금을 깎아주는 추경예산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파업불사를 외치는 노조들도 늘어난다.

모두 고통을 분담하자던 지난 해의 다부진 각오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이라면 총리까지 적극 말리고 나서야 할 외국 기업의 철수나 폐쇄결정에
정부의 어느 누구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거나 관료와 일부 경영자들이
외국인 투자를 내심 꺼리는 것 같다는 비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주가상승으로 자금사정이 좋아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루려 한다는 지적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면서도 한국의 비지니스 문화나 관행은 여전히
세계화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또 어떠한가.

정부가 그 치적을 자랑하는 개혁의 그늘에 쌓여있는 것들이다.

우리의 경제지표들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 경제는 위기를 벗어났다기보다 가까스로 겨우 안정을 되찾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

최악이던 지난 해와 비교해 호전된 수치에 지나치게 들떠서는 안된다.

정부는 치적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점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치권의 선심성 대책도 경제논리로 굳건하게 막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