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를 위해 우리는 모두 담배를 끊었다.

술도 정말 여간해서는 마시지 않는다.

그 격렬한 체력전에서 지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매달 둘째, 넷째주 주말에 모여 연습을 한다.

그러다 어느 팀과 친선경기 스케줄이 생기면 매일 퇴근 뒤 2시간씩 훈련을
한다.

최근 있었던 한 경기가 생각난다.

경기장은 비가 내려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다.

힘들기야 우리나 상대팀이나 마찬가지로 정말 경기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관중석에 앉아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우리를 끝까지 뛰게 했다.

경기가 종료됐을 때 스코어보드는 14대10으로 우리팀의 패배를 알리고
있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우리 팀원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모두 최선을 다해 뛴 때문이다.

오히려 팀원들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했다.

온몸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하나같이 "쿤타킨테 2세"가 되어버렸지만-.
우리 "삼성증권 럭비동호회"는 지난 93년 출범했다.

연령층도 40대중반의 지점장부터 20대초반 신입사원까지 다양하다.

우리팀의 자랑이라면 한번 들어온 사람은 단 한명도 탈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힘들지 않은 동호모임도 많건만 그 힘든 럭비를 고집하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만큼 매력도 더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팀의 궂은 일은 주장인 우종욱 대리가 맡고 있다.

필자는 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영국에서 1년 연수하는 동안 럭비를 익혔더니 회원들이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럭비는 우리에게 승패와 관계없이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개인에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적극적인 사고, 강인한 체력을 선사하고
조직에는 강력한 추진력과 응집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럭비 정신은 All for One, One for All 이다.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고,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는...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맞대고 스크럼을 짜 상대방 진영으로 몸을 던질 때
진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가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