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 다국적 의약품유통업체인 쥴릭이 약국 직판을 선언하고 나서
의약품도매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의약품 배송만 하겠다던 쥴릭이 의약품을
약국에까지 직접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쥴릭의 한국현지법인인 한국로지스틱스서비스(KLS)
홍준의 상무와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의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사회 관계자는 "쥴릭이 20여개 의약품 도매업체와 합작해 전국 약국의
4분의 1가량인 5천여개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 직판을 실시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나머지 약국에 대해서는 지역 도매상과 제휴해 의약품을 대신 배송해줄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같은 쥴릭의 직판영업에 대해 기존 국내 도매업체들은 올것이 왔다며
당황하고 있다.

이들은 동남아 의약품시장의 40~60%를 점령한 쥴릭이 직판을 시작하면
유명의약품의 생산및 유통에 대한 지배권이 결국 쥴릭의 손아귀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서울의 10여개 도매업체가 발빠르게 쥴릭과의 제휴에 나서면서 쥴릭이
국내에 진출한 6월이후 단결을 외쳐온 업체간에 내분이 일고 있다.

영세한 도매업체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자포자기상태로 변화하는 영업환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졌다.

제약업체중에서도 한독약품등 몇몇 다국적회사가 이미 쥴릭과 유통분야에서
손을 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쥴릭의 태풍이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를 뿌리째 흔들며
생산업체마저 휩쓸어 버릴 태세"라고 우려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