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는 피임용 약물이나 기구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먹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이 논의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비아그라가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된 것은 올해의 일이다.

제때 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서러운 사람들이 딱 한번 일으켜 세우기 위해
거금(?)까지 지불한다는 것은 사내를 두번 죽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열 받은 남자들이 소송을 걸었다.

미국 법원은 원만한 성생활이 의료보험 가입자의 필수적 권리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54세의 현직 판사의 손을 들어 줬다.

해당 의료보험조합은 환자 1인당 한달에 4알의 비아그라 약값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판사는 이에 불복, "한달에 최소한 8알은 필요하다"
고 주장하며 추가소송을 제기했다.

게다가 판사의 아내가 끼어들었다.

가히 부창부수다.

이 에피소드는 물론 남의 나라 얘기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한 이 용감한 로맨스 그레이의 주제는 섹스까지
책임지는 선진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아니다.

미국은 역시 별걸 다 법정으로 끌고 가는 소송의 천국임을 확인하자는 것도
아니다.

인간 본연의 권리인 행복추구권을 당당히 주장하는 그의 진솔한 행동이
멋진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공공연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부부사이의 성생활을 어디
감히 공개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근엄한 판사의 신분, 게다가 54세라는 젊지 않은 나이에...

누가 그들 부부를 늘그막의 주책이라고 매도한단 말인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용기와 노력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섹스는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여기엔 연령제한도 없다.

이에 비하면 쉽게 체념하고 힘없이 현역에서 물러나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늙어 팔이 저리다고 더이상 팔을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들어 이(치)가 썩었다고 밥숟가락 놓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유독 페니스만은 차별한다.

수명이 다했으니 임무해제시킨후 무위도식하며 여생을 빈둥거리며 살게
한다.

병원문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을 용기만 있다면 제 수명보다 더더욱 오랫동안
절구통을 들락거리는 유용한 무기로 남을 수 있을텐데...

관리부실과 해석상의 오류로 조기은퇴하여 폐수 토출구라는 절반의 기능에
만족하는 이 땅의 수많은 연장들이 아까울 따름이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