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밀 송재인 사장의 집무실은 그가 자리에 없을 때는 굳게 닫혀 있다.

비서도 들어오지 못한다.

사장실 열쇠를 본인이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장기출장중일 때는 오랫동안 청소도 하지 않는다.

"V스피치"(V는 비전에서 따온 것)를 시행하면서부터 바뀐 사장실 풍경이다.

V스피치는 사장전용의 전화나 팩스,E메일 등으로 직원들이 솔직하게 제안을
하는 제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입장곤란해질 것에 대비, 오로지 사장만 알 수
있도록 일절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아놨다.

직원들은 주로 사내 전자게시판이나 E메일(jisong@lgp.co.kr)을 통해
제안을 하는데 사장의 아이디(ID)를 송 사장 본인밖에 모른다.

따라서 직원들은 눈치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

송 사장은 툭툭 이런 점을 이리이리 개선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장 본인의 아이디어인지 V스피치를 통해 제시된 것인지는
분간할 수 없다.

송 사장은 제안을 낸 직원에게만 개인적으로 피드백해주기 때문에 송 사장과
제안자 본인만 알 따름이다.

직보제도는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지만 대개는 이를 관리하는 팀이
따로 있거나 비서가 처리하고 있어 이처럼 철저하게 사장이 챙기는 사례는
거의 없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