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어요?"

"미래에는 로봇이 일을 다 해준다는데 사실이에요?"

어릴 적 누구나 궁금해 했던 의문들이다.

인간은 현재에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미래나 과거에 대해 궁금해 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생 탓을 하거나 미래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디를 가든 점집이나 궁합 보는 곳이 쉽게 눈에 띄고 지금도 수많은 사이비
종교들은 지구 멸망 날짜를 점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는다.

또 역사학자는 옛날 문명을 연구하지만 결국 현재나 미래에 적용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만약 과거나 또는 미래로의 자유로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골치 아픈 역사 연구나 사이비 종교도 사라지지 않을까.

또 현실에 불만이 있다면 미래로 도피하든지, 과거로 돌아가 현실의 조건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우선 우리들 마음 속에 신선한 충격과
환상을 심어준 스티븐 스필버그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있다.

영화 속 1편에는 주인공 마티가 타임머신 "드로리안"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질 뻔 하는데 그 여인이 바로 자신을 낳은 엄마라는 다소
"어지러운" 상황이 등장한다.

마티는 처음부터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될 사람과 연결시키려고 애쓴다.

사실 이 영화는 "과거를 통해 현실을 바꾼다"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꿈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티는 항상 현실에 불만이 많다.

무능력자 아버지와 알코올중독자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애하던
시절부터 조건을 바꾸려 한다.

아버지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어머니는 우아한 여인으로 변화시키려 한
것이다.

실제 영화에서는 마티의 꿈이 이뤄져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와보니 집은
부자가 돼 있고 아버지 어머니도 정상인으로 변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또 타임머신을 이용해 사람의 생명까지 구하는 내용이
나온다.

미래에서 블운 박사가 살해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낸 후 과거로 메시지를
보내 죽음을 예방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이 가능할지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혼돈을 유발한다.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로는 또 국내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프랑스 영화
사상 최고의 히트작인 "비지터" 시리즈가 있다.

비지터시리즈는 장 마리 프아레가 감독하고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 배우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1인2역한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고드프와는 공작의 딸과 약혼하러 가던 중 마법에 걸려 장인될
사람을 죽이게 된다.

마법사의 도움으로 장인을 죽이기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려던 고드프와와
시종 자쿠이는 마법사의 실수로 낯선 현대의 시간에 오게 된다.

시간여행 중 조상 자쿠이와 후손 자쿠이가 바뀌어버리고 목걸이는 미래에
남아있던 자쿠이가 갖게 된다.

결국 고드프와는 마법의 힘을 빌려 시간여행을 통해 목걸이를 찾고 뒤바뀐
인물을 원래대로 돌려보낸다.

"백 투 더 퓨처"나 "비지터" 시리즈를 보면 우리가 그렇게 꿈꾸는 시간여행
이 꼭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엄마와 사랑에 빠질 뻔 하는 것이나 "비지터"에서
두 인물이 바뀌어버린 일은 시간여행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알게 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시간여행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웜 홀"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물질이 있다면 광속 이상으로 달려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한 후 "블랙 홀"에서 "화이트 홀"로 넘어가 다른 시대의 세계
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미래 모습을 보거나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단지 수명의 한계 때문에 살수 없는 미래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뿐이다.

과학적으로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얘기이고 역사를 뒤바꿔 자신의 존재가
애매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가끔은 동심으로 돌아가 상상 속의 드로리안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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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동아리 은막 회장
(원자력공학과2년)
<>pania@cais.kaist.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