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

인터파크(www.interpark.com)가 지난 24일 문을 연 인터넷서점 북파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빙산은 몸체의 6분의1만 물 위에 나와 있고 나머지는 물밑에 숨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북파크(www.bookpark.com)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통해 눈에 보이는 인터넷서점 사이트는 물 위에 떠있는 작은 한
부분에 그친다.

사이트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엔 출판사와 실제서점을 하나로 묶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이 점에서 북파크는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 서점과 구별된다.

기존 인터넷 서점은 대개 출판사나 실제서점과는 분리된 별도의 판매시스템
을 운영한다.

그러나 북파크는 실제로 책이 출판돼 독자의 손에 넘겨지는 기존 유통시스템
을 네트워크화시킴으로써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북파크의 새로운 유통시스템은 3년간의 전자상거래 경험을 축적해 온
인터파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축됐다.

인터파크의 이기형 사장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환영받았던
뒷면에는 유통구조가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의 상품유통구조 아래서는 인터넷 쇼핑몰이 케이블TV나 전화를
이용한 통신판매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쇼핑몰 사업자는 도매상에서 상품을 받아오고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업체 등을 통해 배달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상품을 알리고 주문받는 수단으로 전화나 TV대신
인터넷을 활용할 뿐 상품유통과정의 차이는 없는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인터넷이 오히려 케이블TV 쇼핑채널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TV를 보는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TV 홈쇼핑채널은 무료로 배달해 주더라도 인터넷 쇼핑몰보다
1백배정도 많은 물건을 팔기때문에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인터넷과 유통구조의 이같은 상관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터넷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한 새로운 유통구조를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일의 하나로 인터넷에 가장 알맞은 상품인 책을 선택, 쇼핑몰을 만든
것이다.

인터파크는 우선 책의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도매상을 건너뛰고 출판사에
직거래를 제안했다.

김영사 두산동아 삼성출판사 등 1백여개 출판사들이 동참했다.

인터파크는 출판사들에 1개월마다 현금으로 책 대금을 결제하겠다고
제안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순간순간마다 어떤 책이 얼마나 팔린지 바로 집계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제까지 출판사들은 서점 총판 도매상의 유통단계를 거쳐 현금이 들어오기
까지 평균 3~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북파크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판매정보를 책의 기획및 마케팅
전략수립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는 점도 출판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랫동안 새로운 책을 기획할 때 "감"에 의존함으로써 감수해야 했던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과학적 기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요 지역에 물류센터를 세워 운송비용을 줄인다는 것도 인터파크의
전략이다.

많은 물량을 한번에 옮겨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인터파크는 서울 신도림동에 물류센터 부지를 계약해 놓은 상태로 이를
지역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부분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책을 파는 창구인 서점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서점들이 도매상들과 이미 거래하고 있어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터파크는 회사가 직접 경영하는 직영서점을 세우거나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처럼 가맹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통한 서점 프랜차이즈"사업을 펼치는 셈이다.

이런 형태로 운영되면 편의점처럼 온라인을 통해 서적의 판매량을 집계해
곧바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대규모 매장이 필요없게 된다.

북파크시스템이 일반 프랜차이즈보다 더 나은 점도 있다.

실제서점 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현재 여의도에 직영점을 열었고 가맹점 신청도 곧 받을
계획이다.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린 인터파크는 앞으로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기존의 티켓 책 뿐 아니라 CD 팬시용품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북파크의 올해 예상매출액을 33억원, 내년 예상매출액을
3백15억원으로 잡을 정도로 문화상품유통 분야를 유망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 쇼핑몰 안에 쇼핑몰을 입주시켜 주는 몰앤몰 사업과 교육정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쇼핑몰 솔루션을 파는 사업도 생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커머스21이라는 쇼핑몰 솔루션을 자체 개발할 정도로 이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 송대섭 기자 dsso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