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미국-일본 통화사령탑 동시 교체
7월초 동시에 물러난다.
로버트 루빈(미 재무장관)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일 대장성 국제담당차관)
란 두 거물이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제금융가에서 자국통화의 가치를 움직이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로 인해 "강한 달러의 주창자"와 "미스터 엔"이란 별칭이 더욱 친숙하다.
두 사람이 우연히도 비슷한 시점에 후선으로 물러나 앉는 것이다.
루빈은 다음달 4일 퇴임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12일 그의 퇴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1년여 전부터 물러나려 했지만 클린턴대통령이 붙잡아왔다.
전문가들은 루빈이 미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정책으로 "강한 달러"를
주저없이 지적한다.
달러가 강력해야 외국자본의 투자가 유입되고 주식.채권시장이 활성화되며
낮은 인플레와 구매력향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그의 정책은 고성장 저인플레의 "모순"을 8년째 양립시키고 있다.
루빈의 후임은 로렌스 서머즈 현 재무부장관이다.
서머스는 특히 95년의 멕시코 페소화 폭락,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등
굵직굵직한 국제경제 사건때마다 탁월한 솜씨로 일을 처리해 왔다.
이론부문에선 문제될 게 없으나 과연 루빈 만큼 "시장친숙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사카키바라 대장성차관은 27일 퇴임이 공식 결정됐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이날 그의 후임에 구로다 하루히코 현 대장성 국제국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인사는 7월초에 이뤄진다.
사카키바라도 원래 98년 임기만료였으나 정부가 붙잡아 1년동안 연장된
케이스다.
대장성 고위관료중 영어구사력이나 국제적 감각에서 따를 자가 없는 실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국제금융가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와 친분이 두터웠다.
엔화가치는 최근 2년동안 사카키바라의 말에 춤을 춰 왔다.
아시아 경제위기와 일본금융기관의 부실이 표면화, 엔화가 추락할 때마다
"엔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기조를 돌려놓았다.
최근에는 "회복조짐을 보이는 일본경제에 엔화강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환율을 달러당 1백20엔대에서 묶어두고 있다.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로 초청받은 상태.
바통을 이어받는 구로다는 사카키바라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다.
G7(선진7개국)회담 등 국제금융무대에서 사카기바라와 보조를 맞춰 일본
금융정책을 이끌어 왔다.
미.일 정부는 두 거물이 교체된다 해도 금융정책의 기본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후임자들의 발언력이 전임자에 미칠지는 미지수다.
양국 금융수뇌의 교체를 배경으로 달러와 엔의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키는 어렵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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