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실질 경제성장률은 급반등하는데도 경상성장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 명목.실질성장률 역전 =한국은행의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중 경상GDP는 마이너스 1.8%를
기록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경상GDP 성장률은 실질GDP 성장률에 물가상승을 감안한 수치.실질성장률은
생산물량에다 기준 시점의 불변가격을 곱하는데 비해 경상성장률은 실제
가격을 곱해 산출된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을 웃도는게 일반적이다.

<> 왜 일어났나 =물가상승률이 큰 폭(마이너스 6.1%)으로 하락했기 때문
이다.

지난 1.4분기중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친 반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3.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4분기중 1천6백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1천2백원선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수출가격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1.4분기에 실질GDP 증가율(마이너스 3.6%)과 명목GDP 증가율(7.9%)
의 격차가 이례적으로 벌어진데 따른 통계상의 교란 현상"이라는게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 불안 징후 =채창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의 월급봉투는
지난해보다 더욱 얇아졌으며 수출기업의 실제 매출액도 대폭 축소됐다는 뜻"
이라고 풀이했다.

최근의 가파른 경제성장은 지난해 조여왔던 소비라는 허리띠를 풀어헤친데
따른 것으로 실제 소득증가가 동반된 안정적인 상승세는 아니라는 반증
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저축률은 28.4%로 지난해 4.4분기(34.5%)보다 뒷걸음질
쳤다.

요컨대 근로자의 명목소득이나 기업의 실제 매출액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소비가 이끄는 성장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명목/실질성장률 역전현상은 한국경제성장의 불안한 단면이란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예산당국도 부가세와 관세가 줄어 올해 조세수입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 성장률이 하락하면 장기적으론
경제 주체들의 소비및 투자 심리가 위축돼 경기회복에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