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의 넓적다리 사이에 끼워져 있다가 열달만에
태어났다는 그리스신화라면 몰라도 수컷이 새끼를 배고 낳는다는 실화가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기 어려운 사실을 연출하는 것이 해마라는 바다물고기다.

해마 수놈은 자기뱃속에 알집주머니인 육아낭을 갖고 있다.

수놈은 암놈이 까놓은 알을 받아들인 후 뱃속에서 수정시켜 부화하는
대단한 애처가다.

보통 20일 정도 알을 품고 있다가 출산한다.

그러나 출산에 혼쭐이 났는지 새끼를 낳자마자 줄행랑을 치고 마는 비정한
부성 때문에 역시 동물은 암컷이 새끼를 낳고 기르게 마련인가 싶다.

탄생과 동시에 고아가 된 새끼해마는 적으로부터 생명을 스스로 지켜야
하고 먹이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교묘한 위장술을 쓴다.

해마는 머리를 위로 치켜 세워 10여개의 여린 등지느러미로 헤엄쳐 다니다가
위험을 느낄 때에는 바다말 등을 거머쥐고 우거진 수초사이로 피신한다.

해마는 5~15cm의 비교적 작은 몸이 뼈로 덮여 있고 주둥이는 대롱 모양으로
길면서 밑으로 처져 있다.

머리위에는 모자모양의 돌기가 불쑥 튀어 나와 있는데 얼굴 옆모습이
말머리와 비슷해 해마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리스신화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몸은 말과 같으면서 꼬리는 물고기와
같은 괴물을 타고 다녔다고 하는데 이 괴물의 이름이 히포캄푸스였다.

그래서 해마의 학명이 히포캄푸스다.

한방에서는 해마를 약명으로 그대로 쓴다.

원래 해마 암컷은 누런색이고 수컷은 푸른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약용으로 쓰이고 있는 해마는 딱딱한 껍질을 벗긴 골격이기 때문에
흰빛을 띠고 있다.

해마중에서 아주 작은 것을 해저라고 하는데 이는 약으로 쓰지 않는다.

보통 해마보다 아주 큰 것은 해룡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약효가 탁월하다.

해마는 대단한 흥분성 강장제다.

성욕을 촉진시키므로 정력쇠약에 효과가 크다.

해마를 소주에 담가 12개월후 여과해 한번에 20ml씩 하루 두번 공복에
마시면 정력이 상당히 강화된다.

해마를 배합한 처방은 혼자 만들기에는 번거로운 처방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만들어 먹는게 좋다.

해마에 육종용과 쇄양각 40g, 음양곽 80g을 배합해 가루내어 꿀로 반죽해서
4g 크기의 알약으로 빚어 먹으면 된다.

< 해성한의원 원장 (02)3442-4718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