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인권운동의 대부" 넬슨 만델라의 후광을 업고 그의 뒤를 이은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이른바 블랙임파워먼트(Black empowerment:흑인권한강화) 정책을 펴는
음베키 정권의 미래는 어떨까.

현지 상사주재원과 대사관측은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지 상사주재원들이 보는 남아공의 미래는 어둡다.

주재원들은 집권당인 ANC(아프리카 민족회의)가 기업들에게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또 뒤를 봐주는 댓가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비리커넥션도 심각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 굴지의 금광 및 석탄생산업체인 앵글로 아메리카(AMIC)사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기업공개를 남아공이 아닌 영국에서 했다"(LG요하네스버그
이철 이사)고 한다.

요하네스버그시내에서는 "강성 사회주의 교육을 받아온 타보 음베키와 그의
측근들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치안부재현상.

대낮에도 돈과 차를 강탈하기 위해 살인이 자행된다.

오죽하면 음베키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도 소매치기가 극성을 떨었을까.

흑인 최대노조인 코사투(COSATO)도 꿈틀거리고 있다.

"흑인들의 복지혜택을 강화하겠다는 음베키의 취임일성이 나온 다음날(17일)
흑인들이 거리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들어갔다"(금호요하네스버그
장연식 지사장)고 한다.

환율도 불안하다.

지난 1년동안 환율은 30%이상 평가절하됐다.

따라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자동차회사의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재권 사장은 "앞으로 5년간 음베키 정권이 만델라의
후광을 업고 그럭저럭 현상유지를 할 지 모르지만 그 이후엔 남아공의 쇠락은
불보듯 뻔하다"고 단언한다.

이런 잿빛 전망과는 달리 이곳 한국대사관이 보는 남아공의 미래를 장미빛
이다.

이영호 1등 서기관은 "음베키는 만델라와 같이 카리스마가 없어 외부에
가시적 효과를 선전하기 위해 치안강화와 일자리창출 외자유치 등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남아공 교역 및 투자의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우리 상사원들의 비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남아공에 대해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만델라의 후광을 과신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요하네스버그=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