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남북한간 이산가족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
이었던 차관급회담이 무기 연기됐다.

북측이 이날 오전 회담 연기를 요청한데 이어 오후3시 무기연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긴급 회의를 갖고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이 사실을
내외신 기자들에 알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대표단은 "그러나 결과만 좋다면 기다릴 수 있다"며 당혹감 속에서도
인내심을 보이며 북측의 연락을 기다렸다.

<>.북한 대표단은 21일 오전 8시(현지시간) 갑자기 우리측 대표단에 전화를
걸어 회담을 오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뒤 또 다시 무기연기를 선언,
우리 대표단을 당혹케 했다.

당초 북한측이 "회담 준비에 미진한 것이 있어 회담을 연기했으면 한다"고
전화연락을 해왔을 때 우리 대표단은 "이산가족 문제로 50년동안 기다렸는데
몇시간 못기다리겠느냐"며 "회담의 결과만 좋다면 과정상의 우여곡절은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유있는 입장을 보였다.

양영식 수석대표도 "북측의 상식은 우리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이 이날 오후 3시 느닷없이 회담의 무기연기를 요청하자 우리
대표단은 당혹감속에 그 진의를 파악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또 즉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연기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다.

<>.양영식 수석대표등 우리측 대표단은 회담이 무기연기돼자 북한측의
의도와 전략을 분석하는데 골몰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북한과의 협상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며 "북한측 태도에 일희일비하면 전체의 흐름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회담장인 베이징시내 켐핀스키 호텔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베이징
주재 외신과 국내 통일부출입기자 등 내외신 기자 1백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북한측의 회담 연기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들은 "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북한측의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들과 현지 국내 상사원들도 취재진들에게 회담 진행
상황을 묻는 등 남북차관급 회담에 관심을 보였다.

<>.이날 회담이 열린 켐핀스키 호텔은 객실 5백석 규모의 특급호텔로
폴란드계 독일인인 설립자 켐핀스키의 이름을 딴 곳이다.

대우가 총 자본의 25%를 투자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베이징시 당국
등과 함께 공동운영하고 있다.

켐핀스키는 또 지난 97년말 대선직전 구 여권에서 대남 북풍공작을 모의
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대우의 한관계자는 "과거 북풍의 진원지였던 켐핀스키가 통일의 싹을
틔우는 장소로 역사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차관급 회담에 기대감을 보였다.

<>.북한측은 이날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오후 3시
(현지시간) 북한대사관에서 "서해교전상황"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혀 그 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측의 성명발표와 관련,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서해상황을 거론
하지도 안할수도 없는 북한측 입장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오히려 회담장소
에선 서해교전상황을 언급하지 않고 이산가족 문제만 논의하겠다는 의사
표시일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