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이 과정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얻기 때문에 조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질문을 만드는 것이 전적으로 조사자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조사자의
주관적인 의도나 편견이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개입될 수 있다.

질문방식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가 유도성
질문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소신이나 가치판단에 앞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답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도성 질문이란 질문에 미리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깔아 놓음으로써 은연중
에 답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질문이다.

낙태(abortion)는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때 카톨릭 교도가 주를 이루는 낙태반대론자
(Pro Life)는 "생명을 가진 태아에 대한 살인행위인 낙태를 찬성합니까,
아니면 반대합니까"라고 질문한다.

반면에 주로 여성운동가들이 주를 이루는 낙태허용론자(Pro Choice)들은
"여성의 자유선택권을 보장하는 낙태를 찬성합니까, 아니면 반대합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도덕적인 판단을 미리 내림으로써 원하는 답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올바른 질문은 "당신은 낙태를 찬성합니까, 아니면 반대합니까"라고 간단히
묻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대학생의 시위를 민주회복을 위한 투쟁이라고 유도할 때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폭력이라고 유도할 때 응답이 크게 차이가 난다.

노조의 파업도 올바른 대접을 받기 위한 노동자의 노력이라고 규정할 때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요인이라고 규정할 때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단어 한마디로 유도성
질문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교통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서울시가 시민문제에 대해서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처럼 도달하기 힘든 기준(모든 조치 또는 항상 올바른
결정)을 제시함으로써 부정적인 응답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금지/허락과 같은 권위적인 낱말을 사용해 응답을 유도할 수도 있다.

"미국이 코소보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와 "미국이 코소보
사태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응답은 차이가 나게 된다.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