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화면을 스크롤 하며 겨울 코트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에 믿지 못할 장면이 눈에 보였다. 염소들이 옷을 뜯어먹고 있었다. 풀인데 잘못 봤나 싶어 가까이 가서 봤는데, 풀이 아니라 옷이 맞았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다.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컨테이너에 실려 아프리카로 향했고, 그곳 시장에서 팔리고 남으면 그냥 버려졌다. 바다와 공터에 마구 던져졌다. 매립이나 소각도 비용이 드니 그냥 버려졌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쳐야 할 물고기들의 공간이 사라지고, 염소들은 풀 대신 옷을 뜯어먹게 됐다. 한국인은 1년에 평균 51벌의 의류를 구입한다고 한다. SNS에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인증샷을 올릴 수 없으니까. 패스트 패션 확산도 영향이 크다. 빠르게 한 철 입고 버리고 또 새로 사는 게 패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생각하니 아찔했다.소비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산업계도 바뀌기 힘들다. 팔리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는 없지 않나.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가치소비를 할 수 있게 도우면 어떨까? 매년 생산한 의류의 21%가 폐기된다고 한다. 재고를 폐기하지 않고 변형해 새 제품으로 만드는 의류회사도 있고, 옷을 인테리어 마감재로 제작하는 회사도 있다. 폐플라스틱 등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해 의류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기업은 어디가 있는지 자녀와 함께 조사해 보면 어떨까.자녀와 함께 안 쓰는 물건, 장난감, 책, 의류 등을 모아 교환하거나 기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내겐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
얼마 전 손일훈 작곡가에게 그가 작곡한 ‘메디테이션 II’(Meditation II)에 세기말 감성이 담겨 있다는 말을 전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감성에 매료돼 자주 듣는다고도 했다.21세기로 넘어가던 20여 년 전. 그 시절은 세기가 바뀌는 변화처럼 나도 10대에서 20대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때였다. 세기말을 겪고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며 입시를 마친 뒤 나는 그동안 못한 일을 시작했다. 많은 영화를 대여해 보며 울고 웃었다. 수북하게 빌려 온 책과 만화책을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반복해서 듣고 읽었다. 마마스앤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가사처럼 하늘은 회색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본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중경삼림’. 봄이 찾아오기 전, 잿빛의 무거운 겨울날이었지만 이 영화는 그날의 하늘 모습과 공기의 냄새를 평생 기억하게 했다.경찰663(량차오웨이·梁朝偉)이 종이컵에 담긴 블랙커피를 외로이 마시는 모습에, 그런 량차오웨이가 마음에 조금씩 들어오는 점원 페이(왕페이)가 그를 알고 싶은 마음에 블랙커피를 마셔보는 장면을 접한 뒤 나도 처음으로 블랙커피를 마신 날이었다.홍콩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간이음식점 ‘차찬텡’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들…. 간단한 음식을 빨리 먹는 곳, 숨 가쁜 일상의 상징인 차찬텡은 극 중 두 남녀에게는 시간이 멈춘 장소였다. 그리고 인연이 사라지고, 생기는 공간이었다. 누아르 영화의 배경일 뿐이던 홍콩은 그 장면들을 보면서 공허하지만 청춘과 사랑 그리고 신비로운 도시로 변화했다.내가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그 음식을 서로 나누며 이야기하는 시간
최초 핵폭탄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탄생했다. 연합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과 독일 나치 간 대결이었다. 양국 모두 핵 개발에 뒤지는 순간 패전할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1945년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13만 명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이번엔 옛 소련이 자극받았다. 미국에 스파이를 침투시킬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 결과 미국 예상보다 빠른 1949년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그러자 미국은 3년 뒤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 강한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련도 금세 따라잡았다. 이후 두 나라는 핵무기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다. 1980년 초 양국의 핵탄두 수는 각각 1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양국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감축에 들어갔다. 1986년 양국 정상 간 합의로 핵미사일 수를 6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양국 대결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주변국이 핵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서방국가 외에 중국 파키스탄 인도 북한 등이 핵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양자 대결이 다자 대결로 바뀐 ‘2차 핵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0여 년간 세계 핵무기는 7분의 1로 줄었지만 핵 보유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이젠 핵무기와 핵무장국이 동시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이 같은 시기를 ‘3차 핵시대’라고 명명했다.중국이 미·러와 함께 3대 핵 강국 구도를 형성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 핵보유국 문턱까지 온 이란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핵을 갖겠다고 벼르는 중이고, 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