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

지면제작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16일자 신문에는 기자들의 e메일주소 를 끝까지 적어달라는 독자의 편지가
실렸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었으며 필자 또한
똑같은 애로를 경험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주소의 나머지 부분을 찾아서 신문의 이곳 저곳을 방황할 만한
한가한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고쳐야 할 점이다.

외부원고의 경우에도 필자가 원하는 경우 E메일주소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뷰에서도 약력의 말미에는 반드시 E메일주소가 있어야 한다.

아직 다른 신문에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한경이 시도하면 고객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것이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긴 약력보다 한줄의 E메일주소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제공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최근의 한경지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별쇄섹션이다.

''머니'' ''사이버''는 물론 ''위크엔드'' ''주말을 즐겁게''의 내용중 어느것 하나
버릴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정도로 괜찮았다.

특히 ''먼데이 머니''에서는 요동치는 증권시장과 미동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을 앞에 두고 고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기획을 싣고
있다.

재테크 캘린더는 금융, 증권, 부동산 분야에서 일어나는 한 주간의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한경이 지지난주부터 싣기 시작한 ''먼데이 한경'' 역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 주일의 일을 간결하게 정리한 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분류체계를 생각하지 않고 지면의 이곳저곳에 캘린더 위주로, 그것도 같은
사안을 중목해 내보내는 일부 신문의 그것보다 훨씬 짜임새가 있다.

14일자 신문 1면은 이어령 교수가 보 는 <세기말 한국과 21세기>를 다루고
있다.

이 교수의 지명도나 예지를 미루어 볼 때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글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싣는다는 내용을 광고형식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기사를
후반부로 돌려도 무난하였을 것이다.

하루 하루의 승패를 결정하는 1면에 장황하게 내용까지 싣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같은 날 주요 상장법인의 스톡옵션도입 현황은 유익한 기사였다.

특히 워크아웃 기업의 스톡옵션 도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메릴린치 인터넷혁명과 도전보고서>는 신선하고 유익하다.

이런 종류의 특집기사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제휴하는 능력은 경제지가
신규독자를 확보하고 기존독자의 신뢰를 끌어내는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외부 기관과의 제휴에 의한 기획기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15일자 신문에서 SK텔레콤의 유상증자와 경영권안정에 대한 해설기사는
시의적절하였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운동가들에 의해서 상장기업들의 경영권 간섭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를 제시한 모범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매우 시사적인 사건이다.

15일자나 아니면 16일자 한경은 사설이나 외부칼럼을 이용해서 이 건에 대한
한경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물론 특정 기업의 문제이긴 하지만 대다수의 상장기업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을 주도하고 이 문제에 대한 정론이 무엇인지를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16일자 사설과 칼럼은 별반 관련이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중요한 사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지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고객이 경제지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17일자 국제면에는 "미국첨단기업 생산성 향상 가능성 무한하다"는 내용으로
빌 게이츠가 그린스펀의 주장을 반박하는 단신이 실렸다.

왼쪽 지면의 상단에 짧지만 잘 정리된 내용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추가로 특파원들의 취재를 통해서 빌 게이츠와 그린스펀을 대비하는 후속
기사를 심층보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8일자는 "5대그룹 출자총액 2배 급증"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다루고
있다.

대다수 신문들의 출자총액제의 재도입이나 경제력집중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한경은 문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출자총액이 늘어나게 된
이유와 파급효과를 깊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이 기사의 말미에 전문가의 간단한 발언을 인용하였는데,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같은 날 종합.해설난에는 전문위원의 분석과 전망란이 소개되었다.

한경이 새로 보강한 전문인력들의 글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문위원의 ''분석과 전망''이라는 디자인이 우선 시선을 끌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한층 믿음을 주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문위원의 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신문의 전문성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주의 ''월드투데이'' 몇몇 기사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16일자 9면에 실린 폴 크루그만의 "환란 넘긴 아시아 경제과제"라는
글은 내용의 충실성과 시기의 적절성에 후한 점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이 크루그만의 주장을 싣고 있지만 기사의 중요성과 시사성에
비해서 작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같은 날 여성경영인의 성공포인트를 정리한 내용도 참신하였다.

<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