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의 진찰은 설질(원래의 실질조직)과 설태(설질을 덮은 이끼같은 것)로
나누어서 살펴보게 된다.

설태는 하얀색으로 혀의 표면에 고루 덮여 있어야 좋다.

이는 병을 막는 위기의 허실, 병을 유발하는 사기의 정도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반면 설질은 장기의 허실과 한열을 나타내 질병상태나 앞으로의 치료가능성
을 판단하는데 활용된다.

설질은 설태에 비해서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변화의 정도가 완만하다.

정상적인 설질의 색깔은 은은하게 붉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붉거나 지나치게 창백하다면 이는 인체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지나치게 붉은 경우에는 인체에 필요없는 화열이 많이 축적돼 있다는
뜻이다.

소아의 경우 지나치게 설질의 색깔이 붉은 경우는 태독일 가능성이 많다.

태독은 태어날 때부터 지나치게 많은 화열을 지녔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혹은 열성병에 걸린 경우에도 설질의 색이 붉어지며, 심하면 자색으로
된다.

만일 자색이 흑색으로 변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므로 그전에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대로 설질의 색깔이 지나치게 창백하다면 이는 기혈이 부족하거나 몸이
냉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러한 담백설은 대개 쉽게 피로해 지며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혀 표면이 자주 허는 사람중에도 이처럼 기혈이 모자라거나 몸이 차가울 수
있는데 허열이 몸의 상부로 뜨기 때문이다.

기혈을 보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몸이 심하게 냉한 경우에는 오히려 남설질이 색이나 자색으로
나타난다.

몸에 열이 지나치게 많거나 반대로 없거나 하면 혀 색깔이 모두 자색이나
남색으로 변하므로 진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