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미사리 조정경기장.

주위는 고요하고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상쾌한 풀내음과 이따끔 지저귀는 새소리.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린다.

새벽공기는 신선하다.

도심에서 불과 한발자국 비켜난 곳이지만 공기의 맛은 확실히 다르다.

폐부 깊숙히 들이마시며 달리는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목표는 10km.

2km쯤 지나면 점차 몸이 풀리고 땀도 나기 시작한다.

5km쯤 달리면 약간씩 호흡이 가빠온다.

그러나 이런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

보폭과 호흡을 일치시키고 무리하지 않는 노하우를 이미 체득했다.

나의 건강지키기는 단축마라톤을 통해 이뤄진다.

40대 후반의 나이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다.

그러나 10년이상 꾸준히 해오다보니 몸에 익었다.

오히려 아침에 단축마라톤으로 몸을 풀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사리까지 가지 못하는 날은 집근처 청담공원을 찾아 달린다.

마라톤을 하면서 1백78cm의 키에 83kg에 이르던 몸무게가 74kg으로 빠졌다.

가뿐해 진 것은 물론이다.

다른 운동으로는 좀처럼 몸무게를 줄일 수 없었는데 마라톤으로 효과를
봤다.

앞으로 2kg를 더 빼는게 목표다.

마라톤은 철학을 담고 있다.

인생의 축소판이다.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뛰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마라톤은 경쟁이면서 동시에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사업을 하면서 최고경영자는 모든 것을 결국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마라톤 역시 마찬가지다.

장거리를 달리면서 자기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고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조언을 들을 수는 있으나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건강이다.

건강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강렬한 의지도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단축마라톤은 건강과 의지를 붇돋아주는 좋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도 이를 권하는 것는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 주기 위한
것이다.

이들과 각종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해 10km나 하프코스를 뛴다.

처음에는 겁을 내던 직원들도 이제는 건강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 동참한다.

성적을 평가해 다리미나 보온밥통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건강과 화합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운동인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