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치솟고 있다.

원화가치는 9일 전날(1천1백78원50전)보다 4원50전 높은 1천1백74원에 첫
시세를 형성한 뒤 장중한때 1천1백60원50전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지난달 이맘때 원화가치가 1천2백3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었던 것을 감안
하면 40원가량 올랐다.

한달동안 3.5% 절상됐다는 얘기다.

<> 실망매물이 많다=최근 원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엔화는 달러당 1백21엔대에서 1백19엔대로 올라섰다.

또 국내 은행들과 외국투자가들은 원화강세를 예상하고 달러화를 파는데
치중했다.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있는 외국투자가들은 저항선으로 여겼던 1천1백80원대
가 전날 뚫리자 이날 손절매에 나섰다.

이처럼 시장분위기가 원화강세 일변도로 바뀌었는데도 외환당국은 종전과
달리 뒷짐만 지고 있었다.

"원화 오름세가 우려할만하다" "원화 고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
개입은 있었지만 국책은행 등을 통한 정책적인 매수세는 오히려 더 약해졌다.

1천1백70원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실망매물은 쌓여만 갔다.

도이체은행 박준우 과장은 "정부가 1천1백70원을 지켜줄 것으로 기다렸는데
전혀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해외거래자들의 매도세가 특히 컸다"고
말했다.

체이스맨해턴은행의 이성희 지배인은 "구두개입을 했으면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하는데 이제껏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며 "정부발표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 이대로 놔두면 1천1백50원은 이번주안에 돌파한다 =외환당국은 이날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 함부로 손을
쓰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원화가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외환수급 조절책을 강구중인 데다 외국주식투자자금도 그간의
순유입에서 벗어서 이달엔 순유출(8천4백만달러)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적절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딜러들의 생각은 다르다.

씨티은행 김진규 지배인은 "원화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행이 외자유치한 3억달러를 비롯, 물량부담으로 시장이 자꾸만
무거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배인은 단기적으로 1천1백50원도 가능하다고 봤다.

산업은행 문성진 딜러는 "1천1백50원 진입에 대한 경계감이 형성돼 있지만
원화절상이 대세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수출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환딜러들마저
현재의 원화가치 수준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래서 정부대책에 유독 신경을 쓴다.

정부는 지난 4월 마련했던 46억달러규모의 외환수요 진작책 이외에 새로운
방안을 마련중이다.

은행들이 현재 원화로 쌓고 있는 외화부실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하반기에 달러화로 적립하도록 유도, 20억달러규모의 외화를 새로 사들이도록
하겠다는 것.

딜러들은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수요를 일시적으로, 그것도 아주 단시일내에 일으키는 조치
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달러공급이 수요보다 2백억달러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배진수 과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직접투자자금 모두를 한은이
직접 매입하는 등의 고단위처방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