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전화에 이어 흡사 군용 무전기를 방불케했던 휴대폰이 우리 곁에
선보인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과거 통신서비스가 대중화되지 못했던 70년대 당시 소위 "백색전화"로
불리던 유선전화가 부의 상징이었듯 이동전화 역시 몇년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부유층 혹은 비즈니스맨들의 전유물이었던 때가 있었다.

일반인들은 길을 가다 간혹 휴대폰을 손에 든 사람을 발견하면 무척이나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공공장소 혹은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할지언정
소음의 불쾌함보다는 자못 시기어린 눈총으로 바라보곤 했다.

당시만 해도 이용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때문에 통화예절 차원의 사회적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동전화가 경쟁 체제로 전환
된 이후 국민 누구나가 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의 일반적 통화수단
으로 변모하면서 통화예절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급속한 휴대전화 보급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화예절을 포함한 통신문화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예절은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시민의식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철저히
자제한다고 한다.

타인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물 씹는 소리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그들의 공중도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자랑하던 우리의 모습은 휴대전화예절 부재라는 또 하나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전 한 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릴 경우 상당수가 화가 나거나 불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의 상당수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응답자 자신의 휴대폰에서
울리는 벨소리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겠다.

휴대폰의 벨소리 크기를 작게 하고 진동으로 전환하는 기능 이상의 이용자
스스로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