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마스터를 긴장시키는 사이트"

여론조사기관 트렌드의 웹사이트(www.2030.com)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일 이 회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동통신사이트 이용만족도 조사결과
때문에 모 통신회사는 언론에 해명자료를 돌리는 소동을 벌였다.

홈페이지 만족도가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서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서비스 속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는 없었다.

트렌드의 조사결과가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트렌드가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
는 정확한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있어 가능하다.

트렌드 오세제 사장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회사는 많지만 과학적
방법에 의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곳은 드물다"고 말한다.

트렌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수년간의 여론조사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인터넷 조사를 하려고 노력했
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최소한 조사 샘플이 6백명을 넘어야 하고 1주일
이하의 짧은 기간에 실시돼야 하며 성별 연령별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 박재용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 업체의 경우 한달이라는 긴 기간동안 조사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적한다.

트렌드는 온라인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코리아리서치 등 기존
여론조사업체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신생업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한
다.

인터넷을 통한 조사라는 방법론을 거부하지도 않지만 그것의 한계도 인정하
는 셈이다.

온라인 조사에서 흔히 지적되는 문제점은 모집단이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20~30대로 한정돼 있고 남성대 여성의 비율도
6대4 정도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인터넷 사용 인구가 더 늘어나기 전에 제대로 된 여론 조사를
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재의 조사는 여론조사라기보다 네티즌 조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같이 인터넷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트렌드가 나름대로 찾은 돌파구는
인터넷사이트를 평가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네티즌이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평가하는 것은 온라인 여론조사에서처럼 표본의 대표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트렌드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후 네차례 사이트들에 대한
평가를 해왔다.

신문, 쇼핑몰, 5대그룹, 이동통신회사 사이트가 대상이었다.

각 평가 때마다 해당 업체들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어떤 기업은 중역이 직접 찾아와 조사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조사를
같이 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96년에 설립된 트렌드는 당초 선거여론조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여론조사가 이 회사의 강점이었다.

부산에서 활동할 당시부터 전문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20~30대 선거여론조사
를 전문분야로 삼았다.

하지만 지역감정에 의해 선거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특정 연령층을 정밀
분석한 자료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다.

이 회사가 96년 서울로 옮긴 것은 지역감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사영역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은 그 변화의 키워드였다.

트렌드는 전국의 20~30대 여론을 조사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조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첫 시도에서부터 좌절을 맛보았다.

10만통의 전자메일을 전국의 네티즌에게 보냈지만 답장이 온 것은 불과
3백통에 불과했다.

쓰라린 실패를 교훈삼아 새로 생각해낸 방법이 패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설문조사에 정기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회원을 확보하자는 계획이다.

지난 3월 4백명이던 회원이 6월에는 1천8백명으로 늘었다.

사이트가 알려지고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요즘은 하루에 1백명 가까이 가입하고 있다.

새로 가입한 회원들 중에는 사이트평가에 민감한 웹마스터들이 많다.

이달에는 사이트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웹마스터를 대상으로 조사할 계획
이다.

사이트 방문자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3월에 백명 단위이던 것이 6월에는 1만4천명으로 늘었다.

특히 5월 한달 동안 1만명이 증가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박 부장은 "올해 말까지 방문객수가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올해말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월 1천만~2천만원의 매출은 무난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사장은 앞으로 네띠앙등 포털 사이트와 제휴할 계획이다.

1백만명이 넘는 회원과 트렌드의 과학적 조사방법이 결합하면 환상적인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더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다.

더 멀리 뛰기 위해 숨을 고르는 트렌드의 차분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 송대섭 기자 dsso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