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가까이 있는 벤처기업인 벤처트라이.

이 회사에 들어가면 아무리 찾아봐도 사장실이 없다.

양웅섭씨가 분명히 사장인데도 그가 앉아있어야 할 사무실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회사 3층에 가면 다른 업체에서 본적이 없는 사무실 이름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창조방.

양 사장은 주로 이 방에서 근무한다.

요즘들어 벤처트라이처럼 사장실의 이름을 혁신적으로 바꾼 벤처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사장실을 "고충처리실"이란 이름으로 바꾸는 업체가 가장 많다.

건설장비를 공급하는 한남기업을 비롯 정한정밀 등 여러 기업들이 최근들어
사장실 표지판을 고충처리실로 바꿔 달았다.

사천에서 초고압파이프를 생산하는 주식회사 세우엔 아얘 사장실이 없다.

전무실은 있는데도 사장실은 없다.

이 회사의 박해술사장은 자신이 여러 사무실을 돌면서 직접 결재를 해준다.

프리즘커뮤니케이션즈의 김진욱 사장도 사장실을 갖고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업체인 블루버드소프트의 배연희 사장도 별도의 사장실이 없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이 사장실 이름을 바꾸고 있는 것은 그동안 권위적이고
고압적이던 중소기업 사장의 이미지를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경영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웅섭 벤처트라이 "이제 사장이 고압적인 자세로 명령하는 기업은 창의력
부족으로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은 직위가 달린 명패도 차츰 없애기 시작했다.

반디볼펜으로 이름난 세아실업의 김동환 사장은 명함의 직함도 "책임사원"
으로 바꿔 달기도 했다.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