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금융감독원과 대형 은행들 사이에 때아닌 이사바람이 불고 있다.

합병 통합 등으로 조직이 커졌거나 구조조정으로 기존 사옥을 계속 쓰기
어려운 탓이다.

통합 금감원은 현재 청사(구 증감원 빌딩)가 협소한데다 금융기관들이
서울 사대문안에 밀집해 있어 시내중심가로 이전을 추진중이다.

물색중인 건물은 파이낸스빌딩(무교동) 한빛은행 신축사옥(회현동)
제일은행 본점(공평동) 등 3곳.

금감원은 이중 조선시대 의금부 터라는 제일은행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해외매각 협상에 걸려있어 아직 손을 못쓰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아 목돈을 쥐고 있는데 청사이전을
감안해 당장 집을 옮겨야 할지, 말지를 고민중.

한빛은행은 자구계획으로 다음달초 완공되는 신축사옥과 구 상업.한일은행
사옥 등 대형건물 3채를 모두 매물로 내놓은 상태.

한일은행 사옥은 롯데, 삼성증권 등 눈독들이는 곳이 많아 곧 팔릴 전망
이다.

반면 상업은행 사옥은 입지가 좋지 않고 신축사옥은 큰 덩치에다 교통이
불편해 선뜻 임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은 신축사옥을 임대조건부(리스백)로 팔아 전세로 입주할 예정
인데 차라리 안팔려서 그대로 쓰길 바라는 눈치다.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과 합병으로 사옥이 두 곳(명동,여의도)으로
나눠져 새 사옥을 지어 이사갈 계획.

구 담배인삼공사 부지(종로4가)를 사놓았지만 눈치가 보여 최근 이사회
에서 연내 착공계획을 보류했다.

구조조정 와중에 사옥신축으로 돈을 쓸 경우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

산업은행은 여의도 전산센터옆에 오는 2001년 완공목표로 사옥을 신축중
이다.

문제는 기존 사옥(3.1빌딩)을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코오롱의 인수제의를 거절했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이밖에 제일은행은 해외매각 협상결과에 따라 사옥을 비워 줘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 경우 당장 갈만한 곳이 별로 없어 매각후에도 눌러앉길 희망하고 있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