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공사업들이 지역특성이나 투자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사례가 많아 과잉중복 투자가 걱정된다는 경제계의
최근 지적은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예컨대 공항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테크노파크 건설사업, 각종 전시장 설치, 그리고 관광특구사업
등은 그같은 부작용이 걱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경제는 아직 외환위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공공투자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용납될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의 국책사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
으로 추진중인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투자사업은 완공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획단계에서
투자타당성 검토를 철저히 하지못하면 국민의 세금낭비는 물론 두고 두고
국가경제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완공해 놓고도 제기능을 하지못하고 있는 청주국제
공항이나 광양항등은 그같은 실패사례중의 하나다.

최근들어 과잉중복투자의 우려가 높아진 원인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적인 개발계획 추진을 들수 있다.

물론 지자체들의 개발노력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무분별하게 추진된다면
재원낭비와 환경오염, 그리고 교통혼잡등 갖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에 대비한 국토종합개발 계획을 하루빨리 재정비하고,
지자체들도 국토의 균형발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발사업을 추진
하도록 통제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토개발계획의 잦은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해 둔다.

공공투자사업의 졸속 추진은 보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많이 결정됐음은
경험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벌써 내년 총선에 대비한 각 정당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공공투자사업의 무분별한 추진을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표를 노리는 전시적 대규모 투자사업이 졸속으로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확고한 정책의지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엊그제 새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 2기 내각의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정치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경제정책 운용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