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은 화려했지만 유럽경기 부진으로 지난 5개월간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연히 회원국들간의 "코러스"에는 불협화음이 생겨나고 있으며 유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유로는 2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0443달러로 거래를 마친데 이어
27일에도 1.0407달러에 첫 거래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유로화가치는 지난 1월4일 상장이후 10%나 떨어졌다.
전날 시세와 비교한 이날의 유로 하락폭은 상장이후 최대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의 재정적자기준을 완화한 게 이날 유로가치 폭락의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EU재무장관들은 이날 회원국의 경제여건에 굴복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용인폭을 당초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0%에서
2.4%로 확대해 주기로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화안정을 위해 약속했던 재정긴축의 기조가 끝난 것"
이라고 해석했고 에따라 유로화가치는 급전직하했다.
EU재무장관들은 올해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한계폭인 GDP의 3.0%는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2001년까지 달성키로 한 GDP의 1%이내 재정적자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탈리아는 비록 올해 목표치를 포기했지만 한계치는 어기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은 영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가 이날 이탈리아재정적자폭의 확대조치로 급락했지만 그동안 유로화
약세는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
유럽경기가 부진해 떨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들어 유럽경제는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유럽경제성장률이 작년의 2.8%에
비해 크게 낮은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전체 실업율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3월 9.6%를 보였다.
특히 유로화 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11개국은 지난 3월 실업율이 10.4%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4월중 소비지출은 전달보다 0.2% 감소했으며 독일기업들의 4월
경기실사지수는 89.7로 1년여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유로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의 경우가
일반적인 흐름이 된다면 좋을 게 없다"며 "유로권에 가담한 정부들의
적자축소 의지가 약해진데 대해 우려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이같은
경제여건을 깔고 나온 얘기다.
ECB는 금리를 낮추라는 드러나지 않는 압력을 받고 있으나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유로가치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앞으로 2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유로와 달러가치가 같아지는 "1:1(1유로=1달러)" 상황이 전개될수 도 있다는
것이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