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 < 전 한국신용정보 사장 >

예부터 술이란 여성의 "물"과 남성의 "불"이 혼합된 액체이며 주로 남자들이
마시고 여자들은 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술과 여자, 즉 주색이라 일컬었다.

만물 창조주는 인간에게 지극히 중요한 정액과 젖 및 술이라는 세가지 흰
액체를 주었다.

정액은 인간을 만들어 주고 젖은 태어난 새 생명을 길러주며 술은 인간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도록 했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적당한 술은 모든 약중의 으뜸(백낙지장)이라고
일러왔다.

골프를 함께 라운드해 보면 핑계없는 무덤이 없듯이 잘 되는 사람은 별로
핑계가 없는데 잘 안되는 사람은 핑계가 많다.

그래서 골프는 핑계로 시작해서 핑계로 끝난다고 한다.

그 중에서 남자 골퍼들에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 술과 섹스 핑계다.

술이란 좋아서 한 잔.

슬프거나 기분이 나빠서 한 잔으로 시작되어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중간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

같은 술이라도 승자에겐 축배가, 패자에겐 위로주가 된다.

또 결혼식에선 축하의 건배가, 장례식에선 위로의 한 잔이 된다.

이런 저런 사유로 마신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 귀가한 뒤 자는둥 마는둥 하고
다음날 허겁지겁 골프장으로 달려나오니 제대로 공이 맞을리 없다.

그리고 골프 전날밤의 서비스가 다음날 후반으로 갈수록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샷에 영향을 준다.

비싼 그린피에 모처럼 어렵게 마련된 라운드 기회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기려면 과음과색은 삼가야 하며 골프약속 전날은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옛말에 주색잡기를 함께 즐긴다는 말이 있다.

술과 색은 잡기와 더불어 서로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거기에도
적당하게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세상이 변하다보니 술도 이젠 남성의 전용물이 아니듯이 여성들도 즐겨
마시게 되었다.

골프도 남성 전용에서 여성들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예측 불가능 한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 이 세가지는 정말 알기
어렵다.

하나는 여자가 처음 술을 마실 때이고 또 하나는 남자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때이고 세번째는 골프 샷 공의 방향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