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네거티브(부정적)에서 포지티브(긍정적)로.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부동산시장은 "아직"이다.

여전히 관망세다.

왜 그럴까.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사기 시작한다면 어떤 부동산을 살까.

또 어떻게 해야 외국인에게 팔 수 있을까.

세계 유수의 부동산투자회사인 미국 찰스던(Charles Dunn)의 한국법인 사장
홍승표(36)씨를 만나봤다.


-외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봅니까.

"지금이 바닥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하기에 가장 적정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땅값이 오름세를 나타내는등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는 것도 그런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요"

-밝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각종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는게 기본입니다.

주식시장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요.

외국의 조사기관이나 언론등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햇볕정책과 금강산관광이 맞물리면서 남북한간의 긴장이
해소되고 있다는 판단도 하고요.

땅은 좁은데 인구가 많기때문에 기본적으로 부동산값이 오를 것이란 시각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사고 싶어 하는 부동산은 어떤 것들 입니까.

"한마디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은 언젠가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사는 "투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조만간 몇배가 오른다 해도 명확한 근거없는 설명에는 현혹되지 않지요.

연간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가 관심이지요.

때문에 임대수익률이 보장되는 빌딩에 관심 많습니다.

물론 제주도등 개발지역 투자에도 관심이 있고요"

-외국인들은 큰 빌딩만 살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빌딩규모가 크면 가격이 비싸 사고 팔기가 어렵습니다.

규모와 가격이 적을 수록 다루기가 쉽지요.

물론 너무 작으면 곤란하겠지만..한국인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빌딩이 좋습니까.

"외국인들이 가장 따지는 것은 입지입니다.

입지가 좋아야 투자위험이 줄어드니까요.

주로 관심을 두는 곳은 강북 사대문 안쪽과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입니다.

이들 지역은 빌딩이 최소 1백억원은 가지요.

이 지역에 갖고 있는 빌딩을 팔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파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합니다"

-작은 빌딩들을 팔 곳은 없습니까.

"외국인들은 아직 사기 힘들 겁니다.

물론 일본이나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관심을 보일지 모릅니다.

교포들의 경우 큰 돈은 없지만 고국에 부동산 하나 갖고 싶은 꿈이
크니까요.

그러나 교포들을 상대로하는 거래는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매입이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보기는 힘듭니다.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투자 유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주로 사는 것이 아주 값싼 성업공사공매물건같은 것들이지요.

문제는 외국투자자들이 이런 물건을 사서 해외에 파는 것이 아니라 다시
국내 투자자에 판다는 점입니다.

싸게 사서 단기간에 이익을 남기고 파는 주식투자와 비슷합니다.

외국 브로커들에게 이익을 주면서 국민 세금만 축내는 꼴이지요.

실제 해외자본이 들어와서 국내 부동산을 산 것은 손을 꼽을 정도입니다"

-왜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볼까요.

외국인이 관심이 많은 제주도의 경우 호텔부지는 많으나 인프라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아요.

외국인들은 호텔건설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도로 상하수도 설치등 인프라
구축에 돈이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하는게 이상하지요"

-서울의 빌딩들은 그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도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수익성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아니 보장을 못한다기 보다는 "수익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거지요.

큰 빌딩을 팔려는 사람들도 한두장짜리 자산목록만 제시할 뿐입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 투자자들이 어떻게 한두장짜리 서류를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외국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빌딩보고서(패키지)를 만든뒤 세일즈를
해야지요.

주변인구 임대수익 건축물특성등 자산가치를 충분히 분석해주는 보고서
입니다.

상품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빌딩의 부가가치도 높아집니다.

그렇게 해야 투자를 망설이는 외국인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미국 찰스던 본사의 아시아담당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홍사장은 "한국처럼
매력적인 시장이 많지 않은 만큼 외국인들이 한국투자의 묘미를 맛보면
물밀듯 몰려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02)723-0129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