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제2기 경제팀이 오늘 출범한다.

마침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간지 막 1년반을 넘긴 시점이다.

새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도 클 수 밖에 없다.

1기 경제팀은 지난 1년반동안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한 성과를 올렸다.

과감한 저금리 정책으로 경기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다.

덕분에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제2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는 칭찬도 들려온다.

그러나 1기 경제팀의 성과는 아직 "절반의 성공"이다.

그만큼 많은 과제를 2기 경제팀에 남겼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처럼 2기 경제팀의 과제가 오히려 더 버거울
수도 있다.

첫째 과제는 경기회복세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올 1.4분기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다.

인구증가율(1.5%)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최소한 이 정도의 성장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실업사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상황은 이를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투자부문이 아직도 동면중이다.

투자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투자를 살리려면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금리를 비롯한 기존 정책 방향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외생변수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기업들처럼 미리 시나리오를 구상해 두는 자세도 필요하다.

둘째는 거품을 견제하는 일이다.

경기회복은 자칫 거품으로 변질되기 쉽다.

지난 86~88년 "3저 호황"의 뒤끝이 그랬다.

거품을 방지하려면 기업 근로자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마음자세부터
다잡아야 한다.

이점에서 1기 경제팀은 아쉬움을 남겼다.

"자본시장 확대정책"은 학생들마저 객장으로 끌어들이는 과도한 주식투자
열기를 초래했다.

"IMF 극복"이라는 슬로건은 벌써부터 "임금원상 회복" 요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1백50만 실업자를 생각하면 성급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또한번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듣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 경제팀은 금융.기업 구조조정도 미완의 과제로 넘겨받았다.

금융구조조정에는 아직도 수십조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게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기업구조조정 역시 세제 등의 뒷받침이 있어야 속도가 붙을 것으로 지적
되고 있다.

이같은 하드웨어적 구조조정과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구조조정도 본격화해야
한다.

금융부문의 신용평가 시스템 선진화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1기 경제팀은 두가지 새로운 과제물도 남겼다.

첫째는 시장경제 원칙의 회복이다.

대한항공의 조중훈 회장 사퇴 파문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논란은 누가 뭐래도 시장경제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5대그룹의 빅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기업자율을 표방했지만 수면아래에서는 "종용과 압박"으로 밀어
붙였다.

물론 독점의 폐해나 지배구조의 왜곡 등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있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입도 제도에 의한 개입이어야 한다.

1기 경제팀은 제도보다는 "권위"로 개입했다.

권위에 의한 시장개입은 "정부의 실패"를 잉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새 경제팀은 시장실패 교정을 명분으로 한 개입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또하나의 새로운 과제는 소득분배 문제를 포함한 "사회통합"이다.

IMF 체제는 중산층 붕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빈부격차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사회갈등의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부유층을 겨냥한 강도 등 각종 사회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이를 치유하는 것은 비단 경제팀뿐 아니라 새 내각 전체의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제를 풀지 않고서는 "진정한" IMF 극복을 얘기할 수 없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