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리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할 처지에
빠졌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발행했던 예금보험공사 채권의
금리하한선을 연 10%로 묶어놨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정부는 연 10%이상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9월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한빛은행에 출자금
3조2천여억원, 5개 인수은행에 부채초과액 5조8천여억원, 4개 인수보험사에
부채초과액 9천2백여억원을 예금보험공사 채권으로 지급했다.

모두 10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문제는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발행할 당시 금리 변동폭을 연 10~15%로
제한한 것.

정부는 국민주택채권(1종)의 1개월간 평균수익률을 기준으로 분기마다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동시에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차원
에서 금리 상.하한선을 뒀다.

당시 실세금리는 연 12.5% 수준.

"설마 금리가 연 10% 미만으로까지 떨어지겠느냐"는 생각에서 금리하한선
을 연 10%로 정했다.

이같은 판단은 오산이었다.

금리는 급속히 떨어졌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5% 미만으로까지 하락했다.

예금보험공사 채권의 만기는 5년이다.

2003년까지 이자를 계속 내야 한다.

10조여원에 대한 이자는 연 10%로 계산할 경우 연간 1조원에 이른다.

채권만기가 5년이어서 전체이자만 5조원에 가깝다.

금리예측 잘못으로 연 1%의 이자를 더 지급할 경우 이자의 추가부담액은
5천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4년반동안 평균실세금리가 연 8%라고 가정한다면 정부는 금리하한선
때문에 연 2%이상 이자를 더 주어야 한다.

그 차이는 1조원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실세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손실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당시 정부의 판단착오가 국민의 엄청난 부담증가로
나타났다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받은 한빛은행이나 퇴출은행.보험사의 자산을 인수한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금리 하한선 덕분에 상당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

한빛은행의 경우 예보채권으로 받는 이자만 월 3백억원에 이른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