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업공사는 지난 19일 연대보증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대보증
분담금"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대보증자는 주채무자의 빚 일부만 갚아도 채무자 딱지를 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체 빚을 주채무자와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금액만큼만 갚으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보도된 20일 성업공사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관련부서인 기업자산1부 무담보채권부 공보실 등에서는 아예 업무를 못할
정도였다.

신문사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에서부터 "정말 장한 일
했다"는 격려전화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연대보증은 한국 사람들에겐 너무나 친숙하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직장동료 친구 친척을 위해 연대보증을 서 본 적이 있다.

또 그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집을 날린 사람도 부지기수다.

매달 나오는 봉급의 절반을 가압류당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니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서 1천만원 이상의 연대보증을 금지하고
보증인 자격도 가족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과거에 섰던 연대보증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정부나
은행 어디에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성업공사가 발표한 "연대보증 분담금"제도는 분명 획기적인 "발상전환"이다.

빚을 받으려는 사람은 채무자에게 빚을 갚고 싶어할만한 동기를 줘야한다.

연대보증 잘못 섰다가 수억원의 빚을 진 직장인은 동그라미 숫자에서 오는
위압감에 자포자기 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빚을 줄여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5천만원만 갚으면 채무를 면제해준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라도
빚을 갚을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이 보이기 때문
이다.

성업공사가 시행키로 한 분담금 제도에는 아직 미비한 점들도 많다.

분담금만 내고 해방될 수 있는 사람은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에 한정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집이나 토지 등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 재산을 다 뺏기고 난
뒤에야 분담금을 낼 수 있다.

은행들이 이런 제도를 전혀 도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발표를 보고 황당했다"며 "채무자들이 성업공사로
채권이 넘어갈 때까지 돈을 안갚을까 염려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부나 은행은 성업공사에 걸려온 숱한 사연들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