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는 소장유물과 필름 사진 도면 등의 여러가지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따라서 박물관의 큰 일중 하나가 소장유물을 비롯한 각종 자료의 체계적
정리이다.

박물관 유물의 경우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유적지에서 발굴 유물인데
흙을 닦아내고 크기를 재며 모양새를 비롯 문양, 시대, 출토지, 함께 나온
유물, 보존처리 여부 등의 자료를 정리하고 철인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된 자료를 가지고 유물의 호적원부를 만들고 유물의
위치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유물카드를 만들며 컴퓨터에 유물사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입력해야 한다.

유물이 전시되거나 외부특별전에 대여될 때마다 그 사실이 유물카드에
기록되어야 한다.

이러한 긴 과정을 통해 박물관의 소장유물은 호적을 얻고 자신만의
유물카드를 갖게 되면서 전산화되고 끊임없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이 그 본래의 역할인 유물정리에 힘을 쏟게 되면 "박물관이
하는 일이 없는 죽은 문화공간"으로 보여지게 된다.

고부가가치 무공해산업자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라도 박물관 유물을 정리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인식하고 박물관이 소장유물의 정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에 전념할 수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의 적극적지원과 더불어
그것을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물관 유물뿐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각 개개인들이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정리해 개인적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지혜로 축적
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 개인이 겪었던 귀중한 경험인 시행착오를 반복하지않고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할 수 있는 토대는 해당분야 자료의 정리와 축적속에서만 가능
한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경제 위기도 자료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는 우리의 습성과 그것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우리의 태도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자료정리와 축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